[시론] 北核문제 해결 낙관이로다

지난 13일 베이징 6자회담에서 북핵 폐기를 위한 1단계 합의가 이뤄졌다. 북한의 핵시설을 60일 이내에 폐쇄, 봉인하고 향후 불능화시키는 데 합의했다. 이에 대해 6자회담 참여 국가들은 최초 5만톤의 중유를 북한에 제공하고 북한이 핵시설을 불능화시킬 경우 중유 95만톤을 추가 제공하기로 했다.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를 수용하며 미국과의 관계정상화를 위한 협의에 착수하게 된다. 북핵 폐기와 이에 상응하는 지원 및 분담 내용에 관해서는 30일 내에 개최될 5개 실무그룹회의에서 논의하고 6개국 외무장관회담을 개최해 후속조치들을 협의하기로 했다. 우선 베이징에서의 6자회담 합의는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긍정적인 조치로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북한은 2002년 10월 이후 영변의 핵시설을 재가동해 지속적으로 플루토늄을 생산해왔으며 2005년 9ㆍ19 공동선언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0월 핵실험을 강행함으로써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켜왔다. 그동안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본격화됐음에도 북핵 문제에 대한 평화적 해법이 난관에 봉착했음을 감안한다면 이번 조치의 의미는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다. 북핵 문제는 북한이 체제 안전과 직결되는 사안인 동시에 향후 북한 체제의 진로와도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이번 합의는 북한 지도부가 핵무기 보유를 통한 체제 안전보다는 핵 폐기를 통해 체제 생존을 모색하기로 결심한 결과인 것 같다. 핵무기 개발을 통해 미국 등 국제사회와의 긴장과 대립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는 절박한 사정을 감안했을 것이다. 핵 개발을 포기하는 대가로 주어지는 엄청난 정치적, 경제적 실리를 언제까지 외면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북한이 핵시설 불능화조치를 성실히 이행하고 향후 핵물질과 핵무기를 완전 폐기하게 된다면 북한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구성원으로 재탄생하고 그에 따른 북ㆍ미, 북ㆍ일 관계정상화와 경수로 및 기타 에너지와 식량 지원, 경제기반 조성을 위한 지원 등 혜택이 뒤따를 것이고 궁극적으로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합의는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첫걸음에 불과하기 때문에 지나친 낙관과 기대는 아직 시기상조이다. 합의문에 따르면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동결하면 최초 중유 5만톤을 제공받고 추후 동 시설을 사용 불능의 상태로 이행할 때 추가로 95만톤의 중유를 받게 돼 있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모든 핵프로그램을 신고하고 IAEA의 사찰을 수용해야 한다. 반면 6자회담 참가국들은 북한에 대한 중유를 단계별로 제공하고 미국 등 관련 국가들은 북한과의 관계정상화를 위한 협상에 착수해야 한다. 동시에 이러한 현안 과제들을 논의하기 위한 분야별 실무그룹회의를 가동시켜야 한다. 더구나 북한이 이미 추출한 플루토늄이나 지난해 실시했던 핵실험의 내용과 보유한 핵무기에 대한 폐기 작업에 대해서는 이번 6자회담에서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향후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 다뤄야 할 과제로 남게 됐다. 북한이 진정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전향적인 정책 전환을 단행한 것인지는 향후 30일 이내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실무그룹회의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밝혀지게 될 것이고 핵 폐기 의지의 진정성은 60일 이내 제공될 중유 5만톤에 상응하는 핵시설 동결과 감시를 수용하는 태도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관련 국가들은 각자 할당된 역할과 책임을 성실히 수행해야 할 것이며 비록 6자회담 참가국들의 균등 분담을 원칙으로 설정했지만 한국은 향후 각종 경제적 부담을 책임지지 않을 수 없게 돼 있다. 북한이 핵무기를 완전 폐기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기까지 멀고도 험한 난관이 예상된다. 특히 대선 정국에 돌입한 한국으로서는 북핵 문제를 둘러싼 국론 분열을 최소화하면서 전통적인 한미 동맹의 기조를 공고히 하는 등 차분하게 북핵 폐기 과정에 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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