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좋아지기는 했지만 경제를 너무 낙관적으로 보는 것 같아 우려됩니다. 무역수지가 개선되고 있으나 이보다는 수출입 규모가 줄고 있다는 것을 더 신경 써야 합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이코노미스트인 손성원(사진)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30일(현지시간) “한국경제는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경기부양책을 줄이거나 유동성을 흡수할 경우 더블 딥(이중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며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뉴욕을 방문한 손 교수는 이날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미국 경제현황을 설명한 뒤 한국경제에 대해 이같이 조언했다. 손 교수는 “한국은 글로벌 경기위기에 적절히 대처해왔다”고 평가하면서도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는 것은 역설적 의미에서 경기부양책이 성공했다는 의미이며 그렇게 된다면 차라리 낫다”며 출구전략 동원은 시기상조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시중의 유동성이 부동산과 증시로 몰려 거품이 생긴다 해도 전체 유동성은 줄이지 말고 주식투자 증거금 예치비율과 소득 대비 주택담보비율(LTV) 등 각 시장별 대책으로 미세 조정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 교수는 경기부양의 고삐를 늦추지 말아야 하는 이유로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세계 무역규모 감소로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가 타격을 입을 수 있고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아 한국 은행들의 해외차입 여건이 언제 악화될지 모르며 ▦인플레이션보다 디플레이션에 빠졌을 때 치러야 할 대가가 더 크다는 점을 들었다. 손 교수는 “미국 역시 한국처럼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며 “그러나 유동성이 많이 풀렸다는 것 자체만으로는 당장 인플레이션을 야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 풀린 돈이 소비자와 기업으로 돌아야 하는데 아직은 정상적이지 않은데다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이하로 떨어져 인플레이션 우려는 다소 이른 감이 있다는 설명이다. 손 교수는 이에 따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상 등 출구전략 동원은 일러야 내년 말쯤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보면 실업률이 피크에 이르기 전까지 금리를 인상한 전례가 없으며 실업률이 정점에 달한 뒤 평균 11개월 후 금리가 인상됐다”면서 “실업률은 내년 초 12%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금리는 내년 말이나 돼야 인상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