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지만 중국 교민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명암이 크게 엇갈리는 한국과 중국의 경제전망 탓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우리 경제는 좀 나아질까”라며 착잡한 마음들 뿐이다. 하루가 다르게 용솟음치는 중국의 발전상을 현장에서 직접 지켜보고 있는 교민들의 입장에선 답답한 심정이 더할 수 밖에 없다.
우선 중국의 경제를 보면 교민들의 어깨가 처질 수 밖에 없다. 지난 한 해가 ‘중국의 해’로 기록될 정도로 고성장을 만끽했던 중국은 올해도 어김없이 ‘앞으로 전진’을 계속할 기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비롯한 대부분의 경제연구기관들은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이 8~9%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같은 발전은 바로 국민소득 증대로 이어지고, 그 것은 다시 삶의 질 향상으로 연결되면서 국민에게 자신감을 안겨주고 있다. 지난해 말 중국 여론조사기관인 링덴(零點)이 중국인의 생활만족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0%가 ‘현재 생활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앞으로 5년 후의 생활수준’에 대해서도 ‘좋아질 것’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72.5%에 달했다. 이는 희망에 가득 찬 중국의 한 단면이다. 새해 벽두부터 중국인들의 표정이 밝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반면 우리의 상황은 칙칙하다. 지난해 국내 10대 뉴스 가운데 1위가 ‘불황’으로 꼽혔고, 올해도 이 문제가 결코 나아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다. 이는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무기력증에 빠지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달 갤럽 국제조사기구가 세계 65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인의 62%는 ‘올해 경제가 지난해보다 더 어려워 질 것’, 33%는 ‘실직 가능성이 있다’고 답해 경제 및 고용 안정성에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음을 대변한다.
고국의 우울한 현실을 바라보는 중국 교민들의 신년 소망은 하나다. 그저 우리경제가 하루 빨리 회복되기만 바랄 뿐이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건 ‘하나 됨’과 ‘할 수 있다’는 믿음이라는 해답까지 내놓는다. 분열과 갈등, 반목이 계속된다면 경제 재도약은 불가능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어려운 때일수록 빛을 발하는 우리 국민의 저력을 믿습니다. 2005년은 나라의 모든 관심과 역량이 경제 살리기에 모아져 재도약을 이룩해야 한다”는 중국 교민들의 소박한 바람이 꼭 이루어지길 두 손 모아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