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웨이 결국 미 진출 포기

안보 이유로 계속 퇴짜 맞자 영국 등으로 눈돌려

세계 2위 통신장비 업체인 중국 화웨이가 미국시장 진출 포기를 선언했다.

2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쉬즈쥔 화웨이 부회장은 경영실적 발표 자리에서 "더 이상 미국시장에 관심도 없고 신경 쓰지 않겠다"며 "세계에서 가장 큰 미국시장을 포기하는 것은 미국과 중국 간의 사이버 안보 논란 때문"이라고 말했다.

화웨이는 지난 2008년부터 글로벌 사업확장의 핵심인 미국시장 진출을 적극 추진해왔지만 '안보상의 이유'로 줄곧 거부당했다.

2008년에 미국 통신장비 회사 3컴과 합작회사 설립을 추진했지만 미국 정부가 승인하지 않아 무산됐으며 2010년 미국 3대 통신사 스프린트넥스텔의 무선망 사업 입찰 때도 미국 정부의 압력으로 좌절됐다.

화웨이는 최근까지도 미국 통신사인 AT&Tㆍ버라이즌ㆍ스프린트와의 사업을 위해 모토로라 경영진을 영입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결국 포기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화웨이는 세계 45개 통신운영 업체와 사업을 하고 있는데 이 중 미국 회사는 하나도 없다.

미국 정부와 정치권이 중국 정보기술(IT) 업체의 미국시장 진출을 노골적으로 반대해온 탓이다. 미국 의회는 지난해 10월 화웨이와 중국 2위 통신장비 업체 ZTE가 중국 정부의 통신 스파이 행위를 돕고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하는 등 직격탄을 날렸다. 보고서에서는 악성 소프트웨어가 심어진 통신장비를 이용해 미국 안보 시스템을 마비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런정페이(任正非) 화웨이 회장이 중국인민해방군 출신이라는 과거 이력도 문제를 삼았다.

화웨이는 미국 대신 다른 선진국시장 진출확대로 방향을 돌렸다. 영국에 연구개발(R&D)센터 건립과 현지 제조부품 조달 등을 위해 20억달러를 투자하고 오는 10월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4세대 통신기술인 롱텀에볼루션(LTE) 통신기지를 세우기로 했다.

한편 화웨이는 네트워크 장비사업 부문인 엔터프라이즈사업부의 매출목표를 하향 조정했다. 당초 2017년까지 연매출 150억달러의 목표치를 100억달러로 낮췄다. 미국시장 진출 무산이 실적전망을 어둡게 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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