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매도공세에 수급불안 악화주가 급락 배경·전망
우려했던 증시 위기론이 점차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보름 만에 무려 150포인트 이상 급락했고 특히 반등 실마리조차 찾지 못할 정도로 휘청거리고 있다.
증권 전문가들은 증시 주변 여건이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지지선 설정 자체가 무의미해지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나 정부가 이날 경제장관 간담회를 통해 구조조정 및 M&A활성화 대책을 내놓음으로써 상승의 계기를 마련했다. 따라서 관건은 시장참가자들이 정부의 대책을 믿고 안정감을 되찾느냐에 있으며 이는 결국 정책 추진력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지난 10일 전고점인 851포인트를 기록한 종합주가지수가 하향곡선을 그리며 28일 폭락세를 보인 것은 현대발(發) 제2의 금융시장 불안에 외국인들의 대규모 매도가 직격탄을 날린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외국인들은 그동안 대규모 순매수를 보이며 지수 안전판 역할을 톡톡히 해왔으나 최근 일부 소규모 헤지성 펀드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이익실현에 나서면서 지수를 급격하게 끌어내리고 있다는 게 증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외국인들의 매도세 전환은 반도체 경기 논쟁과 미국 증시 하락에 따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외국인들의 매도는 증시 약세의 본질적인 요인인 수급불안을 다시 악화시키는 문제로 연결돼 지수 추가 하락을 유발할 것으로 우려되는 대목이다.
주식형 수익증권 환매에 시달리고 있는 투신권이 채권형 장부가 펀드 및 하이일드펀드의 만기도래로 인해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들의 매도공세는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주체가 실종된다는 의미이다.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아직 중장기 펀드들의 한국 증시 이탈은 없는 가운데 헤지성 펀드가 주식을 매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동안 대규모 매수세를 보인 중장기 펀드가 관망세로 전환하고 있어 수급문제가 다시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의 매도세 전환과 함께 금융시장 불안도 증시를 압박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6월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대책 발표로 안정을 찾아가던 금융시장이 정부의 정책이 겉돌고 급기야 현대건설 유동성 위기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다시 불안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특히 이번 현대건설의 자금난이 다른 중견기업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감이 제고되면서 증권시장을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다.
이와 함께 하반기에 경기가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주요 연구기관으로부터 잇따라 나오고 있는 것도 증시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만약 금융시장 불안이 경기 하강 국면과 맞물릴 경우 증시 상승반전은 어렵다는 게 증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기업들이 금융시장 냉각 및 증시 침체라는 악재로 인해 자금조달에 차질이 예상돼 부도사태 재연이라는 최악의 상황발생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증권 전문가들은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대책이 실효성있게 추진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히고 있다.
금융 및 기업들의 구조조정 일정을 명확히 제시하고 이를 일관성있게 추진하는 것을 증시 회복의 원동력으로 보고 있다.
이는 외국인 매매동향에도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부 헤지성 펀드가 이탈하고 있지만 글로벌펀드 등 중장기 펀드가 한국 증시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데 정부가 자칫 구조조정 지속추진과 금융시장 불안을 잠재우지 않을 경우 이들 마저 한국 증시를 버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정배기자LJBS@SED.CO.KR
입력시간 2000/07/28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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