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유가 하락의 직격탄을 맞은 정유 업계가 드디어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오게 됐다. 특히 정유 부문뿐만 아니라 석유화학 등 비정유 부문의 업황 개선이 1·4분기 실적부터 흑자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샴페인을 터뜨리기에는 이르다"는 위기감이 만연하다. 전 세계적인 업황 개선에 따른 공급 증가 등의 리스크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S-OIL은 지난 1·4분기에 매출 4조3,738억원, 영업이익 2,381억원을 기록했다고 27일 밝혔다. 지난해 1·4분기와 비교했을 때 매출은 42.5%, 영업이익은 무려 407.3%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률도 2012년 3·4분기(6.1%) 이후 최고치인 5.4%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도 지난 1·4분기에 2,000억~3,000억원대의 흑자를 거뒀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2,000억원 안팎, GS칼텍스가 3,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GS칼텍스·S-OIL은 지난해 유가(두바이유 기준)가 100달러대에서 40달러대까지 떨어지면서 창사 이래 최악의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정유회사가 원유를 수입한 가격과 이를 정제해 만든 제품 판매가의 차이를 뜻하는 정제마진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원유를 수입·정제해 판매하는 데는 한 달가량이 걸리는데 지난해 내내 유가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비싸게 들여온 원유를 정제해 싼값에 파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정유 업계에서는 올해 상반기 동안은 정제마진이 양호한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최근 정제마진은 배럴당 11.6달러로 전년보다 25% 개선됐다. 2011~2014년 평균인 배럴당 10.3달러보다도 10% 이상 높은 수준이다. S-OIL 측은 "2·4분기에도 정제마진이 견조한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정유 업계는 유가 상승만으로 긴장을 풀어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강하다. 수익률이 2, 3%대에 불과한 정유사업보다 석유화학, 전기차 배터리 등 비(非)정유사업 비중을 늘리고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처럼 유가가 떨어지지는 않겠지만 정제마진 상승으로 전 세계 정유사들이 공장 가동률을 높이면 공급 증가에 따른 가격 하락이 벌어질 수 있다"며 "눈앞의 실적 개선을 반기기보다는 앞으로의 위기를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30일, GS칼텍스는 다음달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밖에 지난해 정유 4사 중 유일하게 흑자를 유지했던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대대적인 정기보수가 예정돼 있지만 흑자 기조를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