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대선] 쿠츠마 연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89.78%의 개표결과 쿠츠마 현 대통령이 56.1%의 득표율을올린 반면 시모넨코 후보는 37.98%의 지지를 얻었다고 밝혔다. 결선투표의 투표율은 지난 10월 31일 실시된 1차투표의 투표율 70% 보다 높은 73.8%로 나타났다. 기계기사 출신으로 94년 7월 우크라이나 2대 대통령에 당선된 그는 5년간 계속되고 있는 경기침체와 부패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선거전에서 줄곧 선두를 지켜왔다.우크라이나 국민들이 경제실정(失政)과 정부 고위급의 부패추문에도 불구하고 쿠츠마 현 대통령의 손을 들어준 것은 경제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로 다시 돌아가기 싫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쿠츠마의 대선 라이벌 표트르 시모넨코 공산당 당수는 알렉산드르트카첸코 국회의장, 상원격인 우크라이나 주지사·시장연합회 의장 블라디미르 올레이니크 체르카스 시장, 1차 대선투표에서 쿠츠마 및 시모넨코에 이어 3위를 차지했던 알렉산드르 모로즈 사회당 당수, 나탈리야 비트렌코 진보·사회당 당수 등의 지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고배를 마셨다. 시모넨코 후보를 지지한 이들 세력은 모두 좌익성향으로 분류된다. 쿠츠마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했으나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그가 대선공약으로 내세운 18억8,000만 흐리브나(4억2,000만달러)에 이르는 체불연금 지급과 연간 7%의 경제 성장을 믿는 사람은 적다. 현재 우크라이나의 실질 실업률은 50%라는 분석도 있다. 내년엔 흐리브나화(貨)의 대(對) 달러 환율이 현재의 달러당 4.5에서 8~16까지 떨어지고 통화량이 60%까지 증가하는 등 우크라이나가 사실상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뿌리깊은 관료주의와 부패관행도 문제이다. 뉴욕은행을 통한 돈세탁 스캔들로 전세계의 관심이 러시아에 집중됐지만 우크라이나의 전·현직 고관들도 이 은행을 통한 돈세탁 혐의에 관련이 있는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 쿠츠마 대통령은 경제부처 고위직에 자신의 사람들을 지나치게 많이 포진시켰는가 하면, 권부와 유착한 100명 가량의 기업인들을 거느리고 있어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공산주의를 싫어하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이번에 「대안없는 선택」을 강요받았지만 경제실정이 계속될 경우 「불가피한 선택」을 다시 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형주기자LHJ303@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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