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라는 말이 있다. 논술에 적용해 보면 ‘알고 있는 지식을 적절하게 조합, 연결, 서술할 수 있는 사고력과 글쓰기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수험생들이 평소 학습을 통해 어느 정도 지식은 갖추었다고 볼 수 있지만, 논술을 준비하는 많은 수험생들이 의외로 ‘아는 바가 없어요. 쓸 내용이 없어요’라고 호소한다.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꿸 수 있는 서말의 구술’을 마련하는데 최선을 다하라는 점이다.
가령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해 서울 남부지법은 무죄를 선고했고, 대법원에서는 유죄를 확정했다. 어떤 주장이 타당한가?>라는 논제를 받았다고 해 보자. 입장은 다양하게 있을 수 있다. 보편적 가치관에 비추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논리적인 증명 능력에 따라 글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며, 이 때 논증력은 상당 부분 배경지식의 양에 달려 있다. 무죄의 입장을 지지하는 논지를 가정하여 다음과 같은 한 편의 글을 구성해 보았다.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해 무죄 판결은 정당하다. 헌법 제19조에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있다. 양심의 자유는 인류 진보와 발전의 원동력이었으며, 양심의 자유의 본질은 내면적 자유는 물론 이를 행동으로 옮겨 실천할 수 있는 외면적 자유를 포함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또한 우리나라가 가입한 유엔의 인권위원회에서도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결의안을 채택하고 있다. 따라서 양심적 병역 거부자는 자신의 양심을 행동으로 옮겨서 실천하는 것이므로 무죄다.
국민개병주의를 채택하여 징병제를 실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양심적 병역 거부자를 무죄로 인정할 경우 국가 안보에 큰 위협이 초래될 수 있고, 부당한 병역 기피자의 증가를 막을 수 없다는 등의 반론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연간 징병인원 30만 명에 비해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은 한 해에 600명 안팎으로 0.2%에 불과하고, 현대의 전쟁은 첨단과학기술 능력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전쟁을 할 마음이 없는 사람에게 총을 잡게 하는 것은 오히려 국방력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또 양심적 병역 거부자로 인정할 수 있는 엄격한 사실 조사를 거치는 심사 제도를 도입한다면 부당한 병역 기피자를 선별할 수 있을 것이다. 다원주의와 민주자유주의를 추구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본질적 가치인 만큼 양심에 따른 자유를 인정함으로써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권리도 보장해야 한다. 다만 형평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독일 영국 프랑스 대만 등에서 실시하고 있는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해 이를 군 복무 기간보다 길게 한다면 고의적 병역 기피자의 양산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위와 같은 글을 작성하기 위해서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와 관련된 시사 및 자유의 본질, 다양한 사례 등에 관한 배경 지식과 이해가 필수적이다. 평소 신문의 칼럼과 윤리 교과서, 대학교수의 논문 등 가능하면 많은 글을 읽고 정리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좀 더 깊이 있는 지식을 원한다면 죤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에머리히 코레트의 ‘인간이란 무엇인가’, 존 밀턴의 ‘아레오파기티카’, 토마스 홉스의 ‘리바어어던’, 루소의 ‘사회계약론’, 존 로크의 ‘통치론’, 레비나스의 ‘타자의 윤리’ 등의 고전을 읽어 볼 것을 권한다. 논술에서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서는 균형잡힌 사고력과 함께 풍부한 배경지식 등 ‘꿸 수 있는 서말의 구슬’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