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경제소사/6월26일] 터키


몽테크리스토 백작과 자기공명단층촬영장치(MRI), ‘비트’와 ‘소프트웨어’. 유사성이 전혀 없어 보이는 이들 단어는 존 터키(John W Tukey)라는 공통분모를 지니고 있다. 터키는 응용통계학 다양화에 이바지한 인물. ‘통계학계의 피카소’로 불린다. 1915년 교육자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대학 입학 전까지 아들의 천재성을 알아본 양친에 의해 가내교육(홈스쿨링)을 받으며 자랐다. 브라운대학에서 석사과정까지 화학을 공부한 그는 프린스턴대학으로 옮겨 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차대전 중 사격관제연구소에서 탄착군 오차를 연구하다 종전 후에는 프린스턴대학에서 강의하는 한편 벨통신연구소에서 일했다. 벨연구소에서 레이더 성능 개선 프로젝트에 참여한 터키는 주파수의 힘을 빌려 비행체의 항적을 정확하게 추적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고안해냈다. 당시 연구 결과인 ‘빠른 퓨리에 변환’은 스팩트럼 분석기, 스캐너, MRI 등에 활용되고 있다. 터키의 주안점은 통계분석의 체계화. 터키의 입으로 체계화 사례를 들어보자. ‘감옥에 갇힌 채 복수를 다짐하던 에드몽 단테스의 날짜계산 방식은 바보짓이다. 빗줄선 4개 위에 한 일(一)자를 길게 그려 5일씩 계산하면 실수 가능성도 크고 어디에서 틀렸는지 검증하기도 어렵다.’ 터키의 대안은 점 4개와 선 6개. ‘최초 4일 간은 사각형 모양으로 점 4개를 찍는다. 5일째부터는 점을 연결하면 8일째 사각형이 그려진다. 9, 10일째 사각형 안에 사선을 그리면 10일 단위 계산의 정확성은 물론 검산까지 가능하다.’ 2000년 6월26일 85세로 사망할 때까지 터키는 독창적 아이디어로 응용통계학을 발전시켰을 뿐 아니라 수많은 용어도 만들어냈다. ‘비트’와 ‘소프트웨어’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사람도 터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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