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반도에서 잇따라 지진이 발생하고 있지만 전국 공공시설물의 내진 보강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정부와 지자체들이 예산문제를 들어 지진 대비에 소홀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칫 강진으로 대형사고가 터질 경우 피해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제부터라도 내진 보강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9일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6개 시도의 공공시설물 내진 보강 실적은 22건으로 전년(58건)보다 60%가량 급감했다.
현행 지진재해대책법에는 도로·철도·공항·항만·원자로 등 공공시설·건축물과 민간병원·학교는 내진 설계가 의무화돼 있다. 법 시행 이전에 지은 건물은 관리 주체인 공공기관이 계획을 세워 2011년부터 내진 보강을 하고 결과를 방재청에 보고해야 한다. 이달 들어서만 국내에서 두 차례나 지진이 발생했지만 지자체별로 내진보강 실적을 보면 편차가 상당히 심하다. 지난해 진행된 22건 가운데 경기도가 12건을 차지했다. 서울·대구·광주·울산·강원·충남·전남·경북·경남·제주 등 10개 시도는 내진 보강 실적이 전무했다.
16개 시도는 지난해 공공시설물 96건에 내진 보강을 했다고 보고했지만 방재청의 점검 결과 신축건물을 잘못 보고한 사례 등 74건은 기존 건물 보강 실적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내진 설계·보강 대상인 공공시설물과 민간병원·학교 12만7,023곳 가운데 지진 대비가 된 곳의 비율은 2011년 37.3%, 2012년 38.4%로 소폭 증가에 그쳤다.
이처럼 지자체의 내진 보강 사업이 더딘 것은 역시 '돈' 때문이다. 지난해 국가가 공공시설물의 내진 보강 비용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지만 지금까지 실제로 집행된 경우는 없다. 사실상 지방 공공시설물의 운영관리 주체가 지자체다 보니 지방 정부 예산에서 집행되기 때문이다. 민간시설물의 경우는 지난해부터 세제감면 등 인센티브 제도가 도입돼 시설물의 내진 보강을 유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