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신기술의 메카 미국 실리콘밸리에 주요 계열사의 통합기술센터를 마련하고 미래기술 찾기에 나선다. 이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강조해온 '전자 및 화학계열 간 연구개발(R&D) 시너지 활성화'를 통해 원천기술을 확보, 미래 사업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LG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 주력 계열사의 북미 지역 R&D허브 역할을 하는 'LG북미기술센터'를 열고 16일부터 공식 업무에 돌입한다고 15일 밝혔다.
LG북미기술센터에는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LG화학∙LG이노텍 등 전자 및 화학 계열사의 연구원 20여명이 근무하게 된다. LG북미기술센터의 주요 역할은 무엇보다 신기술 탐색 및 적용이다. LG관계자는 "LG북미기술센터는 연구시설 등을 갖춘 일반적인 형태의 R&D센터가 아니다"라며 "연구원들은 실리콘밸리에서 새롭게 주목받거나 숨겨진 핵심기술을 발굴하고 계열사들의 기술과 융∙복합할 수 있도록 협의∙조정 활동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즉 LG북미기술센터는 LG그룹이 세계 최신기술을 확보할 수 있도록 기술 전선에서 첨병 역할을 하게 되는 셈이다. 연구원들은 주로 모바일과 디스플레이∙배터리 분야를 중심으로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기술 동향을 조사하고 연구할 계획이다.
LG북미기술센터는 구 회장이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R&D 강화 전략의 일환이다. 다만 북미기술센터가 오픈 이노베이션을 기반으로 한 융∙복합 허브의 성격을 띠게 된 것은 최근 LG 계열사들이 상호 R&D 협력을 통해 세계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잇따라 만들어 낸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LG의 대표적인 3차원(3D) 기술인 편광필름패턴방식(FPR) 3D TV의 경우 LG화학의 광학∙화학 기술과 LG디스플레이의 패널 기술, LG전자의 TV제조 기술이 융합해 탄생한 결과물이다. FPR 3D TV는 지난해 1년 동안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이 세 배 이상 늘어나는 등 호평을 받았다.
이 같은 성과에 따라 구 회장은 올 초 신년사를 통해 "올해 융∙복합 기술과 같이 남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영역에서 중장기 R&D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데 이어 지난 3월 열린 연구개발 성과 보고회에서도 "전자∙화학 계열 간 R&D 시너지를 더욱 활성화해 시장을 선도할 미래 신제품 개발에 적극 나서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구 회장은 지난해 하반기 일찌감치 북미기술센터 설립을 결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기술센터는 특히 LG그룹 계열사들의 기술협의체인 LG기술협의회 산하 조직으로 운영되는데 구 회장은 지난해 겨울 인사에서 LG기술협의회를 지주회사인 ㈜LG 산하 정식 조직으로 격상해 개편한 바 있다. 구 회장은 이와 함께 그동안 LG전자의 최고기술책임자(CTO)가 기술협의회장을 맡던 관행을 깨고 R&D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이희국 사장을 기술협의회 수장으로 별도 임명하기도 했다. 이 사장은 "LG북미기술센터는 북미 시장을 공략할 LG의 융∙복합 R&D 허브로서 LG 계열사 간 R&D 시너지를 창출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며 "북미기술센터가 실리콘밸리의 중심에 위치해 있는 만큼 실리콘밸리에 입주해 있는 전세계 성장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차세대 성장사업 분야의 기술 발굴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한편 LG는 북미 지역 기술센터 설립으로 LG기술협의회 산하에 유럽, 중동 및 아프리카, 독립국가연합(CIS), 북미 등 중요 사업지역 4곳에 그룹 차원의 R&D 거점을 확보하게 됐다. ▦러시아 기술센터는 러시아를 비롯한 CIS 지역의 기술 발굴 및 로봇∙광학 분야의 기초 R&D를 담당하며 ▦이스라엘 기술센터는 모바일 제품의 중동향 소프트웨어 개발 ▦독일 기술센터는 휴대폰과 TV의 유럽 지역 기술 발굴 및 도입을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