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추석경기 '사상 최악'

대구 추석경기 '사상 최악'건설경기 위축속 우방충격...특별상여금 꿈도못꿔 건설현장에서 30년을 철근과 함께 생활해온 김모(54·대구시 동구 신천3동)씨는 요즘 새벽마다 경부선 열차를 탄다. 추석을 지내기 위한 일거리를 찾기 위해서다. 그의 목적지는 충남 천안에서 서울까지 일거리만 있다면 어디든지 달려간다. 김씨는 『지난 8월부터 대구에서는 일거리를 찾기 힘들었는데 우방이 부도난 뒤에는 그것마저도 아예 없어 다른 시·도로 나서게 됐다』며 『추석을 앞두고 대구 건설 노동자 가운데 상당수가 집단으로 외지에서 일거리를 찾고 있는게 요즘 현실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지에서의 일거리도 현지인 중심으로 채용이 이뤄지고 있어 쉽지 않다고 한다. 대구지역 근로자들은 김씨처럼 사상 최악의 우울한 추석을 맞고 있다. 우선 ㈜우방의 부도로 협력업체 1,300여 개사와 우방 직원 등 1만5,000여 명은 추석에 대한 기대감은 생각지도 못하고 불안한 앞날을 걱정하고 있다. 특히 협력업체 직원들은 추석을 앞두고 연일 대구시청과 우방 본사를 찾아가 시위하며 대책마련을 호소하고 있지만 뽀족한 방도를 찾지 못하는 데다 정부와 대구시의 각종 지원 약속도 공염불에 그치고 있어 그들의 불안은 깊어만 가고 있다. 또 대구의 우방 아파트 입주예정자 6,000여 명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중도금을 내야 하는지, 공사가 재개되는지 걱정으로 지새고 있고 우방 송현하이츠(대구시 달서구 송현동) 등 일부 아파트 입주자들은 재산권 행사를 못해 전전긍긍해 하고 있다. 사상 최고 호황을 맞아 택배업체들은 선물배달에 비지땀을 쏟고 있다지만 대구지역 근로자들은 밀린 임금이나 받았으면 하는 게 소망이다. 8월 말 현재 대구·경북지역 103개 사업장에서 모두 2,000여 명의 근로자들이 60억원의 각종 임금을 받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지역에서 그나마 괜찮다는 유통업체도 추석 특별상여금 같은 것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을 정도로 추석경기는 썰렁하다. 대구경영자협회가 회원 업체를 대상으로 최근 추석 특별상여금 지급업체를 조사한 결과 불과 3.2%만이 추석보너스를 지급할 계획이다. 이는 IMF 한파가 위세를 부린 지난해보다도 1.1%포인트나 감소한 수치다. 또 추석을 맞아 정기상여금을 지급하는 업체는 82.1%로 지난해보다 0.4%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조사돼 힘겨운 대구경제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했다. 특히 지역 업체들은 추석 특별선물을 준비하고 있는 업체들이 많았지만 우방사태로 이 마저도 시들해지고 있다. 동아백화점 관계자는 『지역기업 상당수가 직원들에게 추석선물 지급계획을 세웠지만 우방의 부도로 자금난을 우려한 기업들이 이를 취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의 근로자들은 그만큼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는 셈이다. 섬유업체 직원인 이모(37·대구시 서구 이현동)씨는 『올 추석 만큼 힘든 명절은 없는 것 같다. 밀린 임금 가운데 일부라도 나와야 고향 부모님께 선물이라도 마련할 수 있을텐데 그럴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태일기자TIKIM@SED.CO.KR 입력시간 2000/09/06 18:41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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