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시간에 퇴근합시다. 일 끝나면 제발 빨리 퇴근 좀 해주세요」대규모 인수와 합병(M&A)작업으로 구조조정 태풍에 휩싸여 있는 자동차업체 임직원들이 고용불안때문에 뚜렷하게 할 일도 없이 퇴근시간을 늦추고 있어 경영진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1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가 기아자동차를 인수하고 현대자동차와 현대자동차써비스, 현대정공 자동차부문의 통합작업이 진행중이며 대우가 쌍용에 이어 삼성자동차 합병을 추진하는 등 자동차업계 구조조정에 따라 대량의 잉여인력 발생이 예고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고용불안을 느낀 임직원들이 업무가 종료됐음에도 제시간에 퇴근하지 않고 밤늦게까지 남아 있어 업무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경영진단이 나오고 있다. 강병호(康炳浩)대우자동차 사장은 최근 임직원들을 모아놓고 『상사눈치 보지 말고 제 시간에 퇴근하라』는 이색적인 지시를 하는 등 정상퇴근을 종용하고 나서는 일까지 발생했다.
康사장은 『밤늦게까지 남아 근무하는 것은 고마운 일이나 업무가 종료됐음에도 업무시간만 연장시키는 관행은 기업의 창조력을 떨어뜨리는 악성 질병』이라며 제시간에 퇴근해 재충전한후 이튿날 새롭게 업무를 시작하자고 호소했다.
대우는 회사에서 제공하는 저녁식사 시간을 7시 30분으로 늦추면서까지 정상퇴근을 유도해 왔으나 오히려 부작용이 발생하자 저녁식사시간을 종전시간대로 옮기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이같은 해프닝은 현대와 기아, 삼성 등 다른 자동차업체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현대자동차의 경우 지난해 1만여명을 정리해고했고 관리직도 감원을 실시, 인원합리화작업을 마쳤지만 써비스와 현대정공과의 합병으로 중복인원 발생이 불가피해 관리직을 중심으로 고용불안을 느끼고 있는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특히 32년동안 지켜온 정세영(鄭世永)명예회장 체제에서 정몽구(鄭夢九)회장 체제로 전환됨에 따라 오너의 이동에 따른 가신들의 대이동을 주목하며 퇴근시간이 늦어지고 있다.
기아자동차 관계자는 『현대측에서 고용안정을 강조하고 있지만 기아에 여유인력이 많다는 것은 임직원들이 더 잘 안다』며 임직원들이 퇴근시간을 늦추고 있는 현상을 간접적으로 설명했다.【정승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