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유령 대주주` 기업 는다

코스닥 기업의 회계감사와 주총이 마무리되면서 최대주주가 갑자기 사라진 `유령 대주주`기업이 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최대주주가 빠져나간 뒤 주가가 급락하거나 대주주 횡령 등 잇따른 악재로 퇴출되는 종목이 늘고 있어, 투자에 유의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24일 코스닥위원회에 따르면 ▲담보권 실행 ▲최대주주의 주식 몰래매각 등으로 주주명부 폐쇄 후 최대주주 변경사실이 확인되거나, 갑자기 최대주주가 바뀐 기업이 14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엔써커뮤니티는 주주명부 폐쇄 후에 최대주주가 주식을 팔고 떠난 사실을 알았고, 곧 자본전액잠식 사실이 확인되면서 매매거래 정지와 함께 퇴출 위기에 몰렸다. 주주명부 폐쇄 후 최대주주 변경사실이 확인된 대백쇼핑도 아직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한 채 주가가 급락하면서 액면가의 30%도 안 되는 1,200원 수준을 맴돌고 있다. 빚 대신 주식을 떠 안아 최대주주가 됐지만, 감사의견 거절로 퇴출을 당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디이시스의 채권자인 거륜씨엔씨는 돈 대신 보호예수 중인 최대주주 주식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받았다가 원금도 못 건지게 됐다. 최대주주 물량이 풀린 기업은 주가도 최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대주주 주식이 담보권 실행으로 매각된 써미트는 주가가 65원에 불과하고, 대주주들이 계속 물량을 털어내는 와이드텔레콤과 세넥스테크는 각각 200원 안팎에서 머물고 있다. 뜻하지 않은 최대주주의 등장으로 적대적 M&A(기업 인수ㆍ합병) 논란도 일고 있다. 아이콜스는 시장조성물량을 비투비인터넷이 인수한 후 전 최대주주와 경영권 다툼이 벌어졌고, 에스텍은 장내에서 매수한 주식을 장외에서 사들인 동성화학이 공개매수와 직원의 위임장을 받아 경영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 코스닥위원회 관계자는 “회사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최대주주가 갑자기 사라졌다는 것은 회사 연속성에 빨간 불이 켜졌다는 신호”라며 “대주주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기하고 주식을 매각한 후 실적 악화ㆍ횡령ㆍ부도 등 악재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투자에 유의를 당부했다. <우승호기자 derrida@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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