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배럴당 20달러를 넘는 고유가 기조가 지속되면서 오일머니가 풍부해진 중동국가들이 그동안 전면 보류 또는 철회했던 각종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재개하기 시작했다.중동국가들은 또 이같은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화학·발전설비·통신 등 탈오일산업을 적극 육성해 나갈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지난 70년대·80년대에 이어 제3의 중동붐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16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중동 현지 무역관을 통해 조사한 결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쿠웨이트 등 중동 산유국들이 유가상승에 따른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최근 공공부문 투자를 적극적으로 확대하기 시작했다.
특히 UN제재에서 풀려난 리비아, 이라크 등을 주축으로 한 중동국가들이 노후화된 각종 사회 인프라를 개·보수하기 시작했으며 탈오일산업을 위한 통신, 전력의 개·보수 및 확충을 서두르고 있다.
박원진(朴源珍) 현대종합상사 전무는 『중동국가들의 대부분은 연초 유가인 1배럴당 11~12달러선에서 예산을 책정했다』며 『최근 1배럴당 20달러를 넘어서는 고유가 기조가 지속되면서 추가 재정수입이 급증해 이를 바탕으로 공공부문 투자 등을 재개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의 유가상승으로 80억달러에 달하는 추가 재정수입이 발생, 오는 2000년부터 공공부문에 대한 투자를 본격적으로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가 최근 20억달러 규모의 제5차 가스생산시설을 발주했으며 사우디 전력연맹도 1,800㎿급 대용량 발전설비(발주규모 미공개)를 발주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은 최근 석유 및 가스 관련 사업은 물론 발전 및 담수화 프로젝트, 유화 프로젝트 등 비석유산업 육성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UAE는 특히 아부다비의 사디야트섬과 루와이스지역을 자유무역지대 및 유화산업단지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중장기 계획을 마련해 놓고 있어 국내 건설은 물론 통신·플랜트 및 각종 기자재산업의 진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KOTRA 관계자는 『중동지역의 공공부문 투자가 살아나면서 그동안 위축됐던 소비자들의 구매심리도 회복되고 있다』며 『중동은 전통적으로 고급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으나 최근 품질 및 가격메리트에 눈을 돌려 한국산을 일본 및 유럽산의 대체품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한편 종합상사를 중심으로 한 국내기업들은 중동시장을 겨냥해 현지 시장 조사를 부쩍 늘리고 있으며 중동지역 전담인력 보강도 서두르고 있다.
김형기기자KKIM@SED.CO.KR
최원정기자BAOBAB@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