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핵실험을 하겠다고 나서면서 추석을 맞아 고향을 찾는 시민들도 관련 뉴스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4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귀성객이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홍인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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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핵실험 선언' 이후] 외교 전문가들이 말하는 배경
"失보단 得많다" 수세→공세 전환카드핵보유국 인정 받으면 北강력한 힘 갖게돼"북미 양자협상 성사되면 전략적 우위" 속셈"온건파 외무성 라인 코너 몰렸나" 분석도
이성기 기자 sklee@sed.co.kr
북한이 핵실험을 하겠다고 나서면서 추석을 맞아 고향을 찾는 시민들도 관련 뉴스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4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귀성객이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홍인기기자
북한은 왜 이 시점에서 전격적으로 핵실험 선언을 천명하고 나섰을까.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에 대한 대항과 한ㆍ중ㆍ일 연쇄 정상회담에 대한 대응 등 여러 가지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외교 전문가들은 우선 득실론을 내세운다. 득실을 따져봤을 때 잃는 것에 비해 얻을 게 많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대북 경제 제재 등 코너에 몰린 상황에서 ‘핵 카드’로 판을 흔들지 않는 이상 현 국면의 타개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또 북한 내부 역학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온건파’인 외무성 라인의 입김이 줄어든 게 아니냐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실(失)보다는 득(得)이 많을 것=국제사회 고립화, 경제 제재 강화 등 온갖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전격적인 핵실험 결정 선언에는 이 같은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핵실험이 성공해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게 되면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할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재래식 군사력 우위의 의미는 사라지고 핵을 가진 북한의 발언과 외교력에 이전과는 다른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핵은 일거에 약소국을 강대국으로 만드는 특이한 특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북미간 양자협상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된다. 핵실험을 통해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 실패 논란이 미국에서 일어나면서 방코델타아시아(BDA)나 북미 양자대화에 있어서 완강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부시 행정부의 입장 변화를 유도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기대했을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이 감수해야 할 위험도 만만찮다. 우선 미사일 발사 후 대북 금융제재의 강도를 넘어서는 경제봉쇄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 북의 최대 혈맹인 중국과의 관계가 틀어지는 것 뿐만 아니라 남북경협도 어려워질 것은 뻔한 이치. 중국과 남한과의 관계 경색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외무성 라인 위축(?)=지난 7월 미사일 발사에 이어 핵실험 선언이라는 잇따른 강경조치로 온건파인 외무성 라인이 코너에 몰린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외교 전문가들은 “북한 6자 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 등은 핵실험 의지가 천명되기까지의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외무성 라인을 배제하고 군부가 일련의 사태를 주도했다는 추론이다.
외교 전문가들은 또 외무성 고위관계자들의 교체 등도 외무성의 위상 약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지난달 말 ‘비공식 주미대사’라 불릴 정도로 대미 관계를 전담해온 한성렬 UN주재 북한 대표부 차석대사의 갑작스러운 교체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되곤 했다.
이는 최근 북한을 방문하고 온 셀리그 해리슨 미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의 보고에서도 엿볼 수 있다. 해리슨 연구원은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로 북한 내 강경파들의 입지가 크게 강화돼 북핵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도 온건파 입지 위축이라는 분석에 공감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응 등이 향후 북한 내부 동향에 직접적으로 연결될 것으로 보이며 그 결과에 따라 핵실험 파문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입력시간 : 2006/10/04 1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