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이 왕위에 오른 후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만난다. 전통적 우방이었지만 이란 핵협상 타결 이후 냉각된 양국관계가 이번 정상회담으로 회복될지 주목된다.
3일 닛케이에 따르면 살만 국왕은 지난 1월 즉위 이후 처음으로 4일(현지시간) 미국을 찾아 오바마 대통령과 회담한다. 신문은 살만 국왕이 이번 만남에서 미국에 안보협력 강화를 요청해 이란을 견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사우디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란이 핵협상 합의를 어겼을 경우 미국이 즉각 경제제재를 부활할 것을 강력히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닛케이는 미국이 군사협력 차원에서 최신 전투기 등 첨단무기를 사우디에 수출하는 방안도 논의될 것이라며 이번 정상회담이 어떻게 진행될지에 따라 냉각된 양국관계가 풀릴 수 있다고 전했다.
이슬람교 수니파 수장인 사우디는 미국을 포함한 주요6개국(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독일)이 경쟁 관계에 있는 시아파 수장 이란과 핵협상을 타결하자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해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된 상태다. 특히 5월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주최한 미국과 걸프국가들 간 정상회담에 사우디 주도로 걸프국 정상들이 대거 불참하기도 했다.
4일 양국 정상회담에서는 석유 가격 폭락에 따른 경제위기와 관련된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인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 국가들 중심으로 구성된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저유가임에도 석유 생산량을 유지하면서 미국 셰일 업계와 치킨게임을 벌여왔다. 사우디는 이 때문에 재정난이 심해지자 지난달 초 연내 270억달러(32조1,030억원)에 달하는 국채를 발행할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러한 여건에서 핵협상 타결로 내년 중 이란이 석유 수출에 나설 경우 유가가 더 하락할 것으로 우려돼 원유 생산국들의 시름이 깊어지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