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 포커스] 신용조회 많이 해도 등급 안떨어진다

신용등급 평가 방식 어떻게 달라졌나
나이스·KCB 등 신평사 조회 기록 반영 않기로
일부 고객 등급 올라갈듯



신용등급 6등급인 직장인 이모씨는 지난달 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 몇 곳을 찾았다. 금리가 가장 낮은 은행을 확인한 후 대출을 받으러 갔지만 대출신청이 거절당했다. 알고 보니 금융기관에서 4회 이상 신용조회를 해 신용등급이 2단계나 떨어졌던 것이다. 하지만 이씨 같은 사례가 앞으로는 나오지 않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신용평가사의 등급 산출 방식이 이달부터 달라졌기 때문이다. 신용평가사인 나이스신용평가정보는 이달부터 신용조회 횟수를 신용등급 산정시 반영하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금융위원회가 신용조회 기록을 신용등급에 반영하지 않도록 지도했기 때문이다. 신용등급 평가 방식이 확 달라진 셈이다. 코리아크레딧뷰로(KCB) 등 다른 신용정보사들은 신용조회정보를 등급계산에 이용하지 않았다. 예전에는 카드발급이나 대출신청시 자신의 신용등급을 알아보게 되면 이것이 기록으로 남아 신용등급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줬다. 나이스 측은 등급 산출시 신용조회 기록 비중을 9.5%로 해왔다. 이에 따라 일부 고객은 신용등급이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신용정보를 조회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등급이 떨어져야 했던 고객들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방향으로 제도가 바뀐 셈이다.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은 1,600만명 가운데 15%인 240만명가량이 연간 4회 이상 신용조회를 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정보가 보유한 신용등급 정보는 3,800만명분에 달한다. 10만원 미만의 연체정보도 평점과 등급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된다. 그동안 휴대폰 요금, 카드결제액 등 소액이라도 5만원 이상 연체되면 향후 5년간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단순 연체 등으로 신용등급이 깎이는 일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90일 미만의 연체정보에 대한 신용등급 반영기간도 축소된다. 기존에는 연체정보가 상환 후 5년 동안 남았으나 앞으로는 10만원 이상의 연체가 90일 미만일 경우 3년 동안 활용된다. 신용조회 횟수의 평가비중이 없어진 대신 대출 등 부채수준(17% →23%), 신용거래기간(9.7% →10.9%), 신용형태정보(14.8% →25.8%) 등은 활용비중이 늘어난다. 나이스신용평가정보 측은 이미 은행 등 금융사에는 달라진 기준으로 신용등급을 제공하고 있지만 11일부터는 일반 고객들도 달라진 평가체계를 기준으로 한 신용등급을 인터넷으로 조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이스신용평가정보 관계자는 "2~3년마다 신용등급 평가 기준을 바꾸는데 그런 작업의 일환"이라며 "금융 당국의 지도에 따라 신용조회 횟수를 이달부터 등급 산출시 빼게 됐다"고 말했다. 금융회사들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설정된 현행 신용등급 평가 방식이 이번에는 확실하게 달라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