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태국 경제

정치불안 길어지자 환율 급등·외자 빠져나가
대규모 유혈사태로 번지면 관광산업 큰 타격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의 사면법안 처리를 둘러싼 정치적 갈등이 증폭되면서 동남아시아 2위 경제국인 태국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태국 밧화 환율은 치솟고 외국인들도 서둘러 자금을 빼내가고 있다.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는 지난 25일 밤 긴급 각료회의 후 방콕 전역과 인근 지역에 국내보안법(ISA)을 발동했다. ISA가 발동되면 경찰이 집회 및 시위 금지, 도로봉쇄, 교통통제, 통금 등을 실시할 수 있다. 하지만 반정부시위대 수만명은 전날 외무부와 재무부 청사를 점거한 데 이어 내무부ㆍ농업부ㆍ교통부ㆍ체육문화부를 포위하고 공무원들에게 한 시간 안에 빠져나오라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반정부시위를 주도하는 수텝 타웅수반 전 민주당 의원은 "잉락 총리 정부가 이미 마비돼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 퇴진을 요구하는 한편 반정부시위대를 중심으로 '국민정부'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잉락 총리의 대표적 포퓰리즘 정책으로 꼽히는 쌀 보조금 지급이 50일째 늦춰지면서 지지세력인 농민까지 시위에 가세할 판이다. 로이터통신은 "태국 정부가 쌀 보조금을 지급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이 목표규모인 24억달러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쌀 보조금 제도는 정부가 쌀을 시장가보다 40% 비싸게 사들이는 것이다.

정치적 불안이 증폭되면서 태국 경제도 타격을 받고 있다. 태국 밧화는 26일 장중 한때 9월11일 이후 최저인 달러당 32.11밧으로 떨어졌다. 외국인투자가들의 탈출도 이어지고 있다. 투자가들은 25일 하루 동안에만도 2억900만달러를 태국 주식ㆍ채권에서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 디자왓 치아오반 방콕은행 외환 트레이더는 "외국인들이 커져가는 정치적 불안 때문에 태국 자산을 팔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주 발표된 3ㆍ4분기 국내총생산(GDP)은 2.7% 성장에 그쳐 지난 분기의 성장률 2.8%와 시장 전망치인 2.95%를 밑돌았다. 태국 경제사회개발위원회는 최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기존 3.8~4.3%에서 3.0%로 내렸다. 지난해 경제성장률 6.5%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투자가들에 보낸 서한에서 "반정부시위대의 저항이 2010년처럼 대규모 유혈사태로 번지면 태국 GDP에서 비중이 큰 관광산업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태국 의회는 26일과 27일 잉락 총리 불신임안에 대한 토론을 벌이며 28일 투표를 실시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