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합의한적 없다" 부인
"주한미군 주변국 군사개입 확대합의 은폐" 주장에…노회찬 발언 파문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의 국회 발언을 계기로 논란을 빚고 있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와 관련, 정부가 내년에 미국 정부와 공식 협의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3일 비공식 브리핑을 통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와 관련해 지금까지 단 하나의 한미간 합의도 없고 공식으로 한미간에 구체적인 논의를 한 적도 없다"며 "내년에 공식 협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측은 주한미군의 '완전한' 전략적 유연성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반면 우리측은 주한미군 이동시 사전협의 절차 문제와 타이완을 포함한 동북아 지역 분쟁시의 주한미군 개입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향후 협의가 주목된다.
특히 우리 정부는 타이완 등 동북아 지역 분쟁시 주한미군의 개입은 우리 국익에 사활적인 악영향을 미칠 것인 만큼 치밀한 대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역시 이 문제에 민감한 반응을 보일 것은 분명하고 중국이 문제를 제기해올 경우 정부로서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와 관련, 이 당국자는 "미국측은 그동안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해 우리측에 강한 요구를 해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미국은 이 문제를 빨리 다루고 싶어하는 반면 우리측은 좀 더 충분한 시간을 두고 연구ㆍ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 아래 우리의 입장을 미국측에 설명하며 (공식 협의를) 연기해왔다"고 덧붙였다.
주한미군의 '지역역할 확대'와 관련한 노 민주노동당 의원의 국회 발언과 관련, 그는 "어떻게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 전혀 사실이 아닌 내용을 가지고 그런 발언을 할 수 있느냐.
더욱이 주변국가에 상당히 위험할 뿐 아니라 외교적 지렛대를 약화시키는 일을 초래하고 있다"며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간에는 충분히 협의해 우리를 미국에 이해시키고 미국의 주장을 제한적으로 수용해 상호합의를 볼 수 있는 신뢰와 협의구조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 의원은 "북한과 중국에 대한 '선제군사개입'을 위해 '주한미군 지역역할' 전략이 추진되고 있다"고 주장한 데 이어 이날 국회 출입기자들에게 배포한 자료에서 "정부가 '주한미군 지역역할'에 합의하고도 국민에게 사실을 숨기고 있다"고 주장, 큰 파문을 일으켰다.
노 의원은 이날 국회 예결특위에 출석한 윤광웅 국방장관을 상대로 한 질의에서 "지난해 9월 제4차 미래한미동맹정책구상회의(FOTA) 사전준비회의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이미 주한미군 지역역할에 합의한 것으로 나와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윤 장관은 "전편만 보고 종말편을 안 본 것"이라며 "지난 2년간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초창기에 양국간에 비슷한 견해가 간헐적으로 나오기는 했으나 실질적 논의나 어떤 협의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정상범
기자 ssang@sed.co.kr
입력시간 : 2004-12-03 1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