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국정감사… 정책금융공사와 재통합 놓고 쏟아진 비판

"민영화 통한 글로벌IB 계획 수포… 정부 신뢰·체면 말이 아니다"
홍회장 "역할 중첩… 효율성 떨어져 불가피"

국회 정무위원회는 29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의 통합을 도마 위에 올렸다. 정부의 통합방침에 대해 이례적으로 여당이 부정적이고 야당이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다만 여야 모두 지난 2008년 산은의 민영화를 이유로 두 기관이 분리된 지 4년 만에 합치는 데 따른 부작용을 우려했다.

애초 산은 민영화에 찬성하거나 부산 출신으로 정금의 부산 이전을 주장하는 여당 의원은 통합에 비판적이었다. 조원진 의원은 "두 기관이 분할할 때 국회 정무위가 합의했기 때문에 다시 통합한다니 국회도 굉장히 책임을 느끼고 있다"면서 "정부가 잘못 제안하면 국회가 막아야 하며 이 문제는 여당과 야당 내에도 찬반이 갈려 있다"고 지적했다.

유일호 의원도 "정책금융기관 숫자가 과다하다는 생각이어서 산은을 투자은행(IB)으로 키우는 민영화 방향을 잘 잡았다고 생각했다"면서 "단순히 국제금융 환경이 바뀌어서 도로 합치자는 것이 국민에게 잘 설득이 될 것인가"라고 의구심을 표시했다.

홍기택 산은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은 "정책금융공사의 역할과 사업내용이 산은과 상당히 중첩돼 양 기관을 독자적으로 경영하는 데 효율성이 많이 떨어진다"고 설명했지만 유 의원은 "그것(정책금융 기능)을 정책금융공사에 넘기면 되지 않느냐는 이야기가 있다"고 반박했다.

신동우 의원은 "산업은행의 순수 정책금융을 정책금융공사로 분리하고 산은을 민영화해 세계적인 투자은행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서 정부의 신뢰와 체면이 말이 아니다"라며 "각자 다른 길로 가기로 하고 계획을 추진하다 합칠 경우 당면한 문제가 온다.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안 할 수도, 할 수도 없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홍 회장은 "합치기 전보다 산은과 정책금융공사의 인원이 700명 늘었는데 정규직은 고용승계할 것이며 산은의 소매금융 점포 82곳은 점진적으로 축소하겠다"고 답했다.

반면 민주당 등 야당은 통합에 찬성하면서도 2008년 분리를 결정한 정부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김영주 의원은 "산은 4년간 정책금융도, 세계적인 IB 육성을 목표로 전략을 추진한 것도 아니고 오로지 민영화에 몰두해 어정쩡하게 다른 금융기관을 좇느라 4년을 버렸다"면서 "산은과 정책금융공사의 통합이 실패한 것에 대해 정부 당국자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특히 대선에서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인 김성주 위원장의 오빠인 김영대 회장이 운영하는 대성산업에 정금이 특혜대출을 했다고 주장하면서 "이러니 정책금융공사가 정치금융공사라는 말을 듣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금은 지난해 12월 이례적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 보증으로 자금난을 겪고 있던 대성산업에 4,000억원 규모의 브리지론 지급보증을 해줘 특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올해 2월이면 자금이 거의 회수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재무적 어려움이 계속되자 주채권은행인 산은과 함께 4,000억원의 자금을 직접 지원했다.

이동춘 정금 사장 직무대행은 "정책금융공사에는 시장안정 기능이 있는데 대성산업이 사전적 재무개선을 통해 자산과 차입금을 1조원 이상 줄이는 계획을 들고 왔고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해 지원했다"고 해명했다. 민병두 의원은 "정책금융공사가 갖고 있는 약 20조원의 공기업 지분은 무수익 자산이어서 매년 4,000억∼6,000억원의 손해를 발생시켰다"며 "두 기관을 통합하면 산은이 이 지분을 다시 떠안아 중소기업 지원 역량이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산은을 중소기업과 신성장동력을 육성하는 순수 정책금융기관으로 돌리려면 대기업 구제금융에 편중된 산은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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