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석유혁명 약? 독?

■ 떠오르는 타이트오일
2020년 하루 1100만 배럴 생산… 유가 하향 안정화 등 파장 클 듯
■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철강·기계, 제2 플랜트 특수 예상… 정유·석화는 가격경쟁력 떨어져


국내 에너지 업계에 미국발 석유혁명에 대한 경계수위가 한 단계 높아졌다. 타이트오일(셰일층에 존재하는 석유)로 불리는 미국 석유가 국내 및 세계 에너지 업계에 셰일가스보다 더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이 오는 2020년에 타이트오일로 기반으로 세계 1위 석유 생산국으로 부상하면서 그에 따른 여파가 국내 에너지 업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분석에 의하면 2020년을 기점으로 세계 1위 석유 생산국이 바뀐다. 현재 중동 국가에서 미국이 바통을 넘겨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유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매장량이 많은 타이트오일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최근 들어 가격이 낮은 셰일가스 대신 타이트오일 개발 및 시추가 한창이다. 이에 따라 하루 생산량이 2012년 기준 200만배럴에서 2020년에는 1만1,100만배럴로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타이트오일을 기반으로 한 미국발 석유는 에너지업계를 뒤흔들어 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유가의 하향 안정화다. 실제로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2020년 유가는 배럴당 116달러로 현재 가격보다 10% 정도 낮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덧붙여 석유 패권이 중동에서 미국으로 넘어오면서 그에 따른 파장도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같은 미국 발 석유혁명은 국내 에너지 업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석유업계 관계자는 "유가의 안정화 자체만 놓고 봐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업종별로 부침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일단 철강ㆍ기계ㆍ엔지니어링 업계에는 긍정적인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타이트오일 등의 개발ㆍ생산이 전세계적으로 붐을 이루면서 제2의 플랜트 특수도 예상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반면 신재생에너지ㆍ정유ㆍ석유화학 산업 등의 경우 경쟁력이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는 유가 안정으로 개발 붐이 수그러들면서 고전을 면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유업계도 잃는 것이 많다. 유가의 하향 안정화는 곧바로 수익성 악화로 연결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하락할 경우 정유사 정제마진은 1.2달러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 역시 타이트오일을 기반으로 한 미국의 석유ㆍ화학 업종 부상으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가격 경쟁력 등에서 미국의 석유ㆍ화학 업계를 따라가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에너지업계는 중장기 전략으로 미국발 석유혁명이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조용권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미국발 석유혁명은 국내 산업에 독과 약을 동시에 가져다 줄 것"이라며 "특히 신재생ㆍ정유ㆍ석유화학 등 위기 산업의 경우 돌파구를 찾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