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 전 유럽에 갔을 때의 일이다. 그곳 사람이 내게 일본인인지 중국인인지를 연거푸 묻더니 내가 아니라고 하자 그 낯선 외국인이 "그럼 어디서 왔냐"고 물었다. 그 사람의 선택지에 '코리아'는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세월이 지난 2013년, 이제 내 차림새나 핸드폰ㆍ카메라 등 소지품들을 보고선 내게 '한국에서 오셨습니까'라고 물어온다.
'한강의 기적'을 이루고 세계 경제규모 15위로 성장한 나라, 휴대폰 생산 세계 1위, 반도체ㆍ조선 세계 2위, 자동차 세계 5위.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주재하고 원조 수혜국에서 원조 공여국으로 탈바꿈한 나라, 이제는 혁신과 개발의 상징이 된 나라, 바로 세계인이 보는 대한민국의 위상이다. 음악과 드라마로 대표되는 한류는 지구촌 곳곳에 대한민국을 알리고 있다. 우리 청년에게도 이제 전세계는 기회의 공간이 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3ㆍ4분기 고용ㆍ실업률 통계를 보면 전년에 비해 전반적으로 고용이 살아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청년 실업률은 오히려 7.7%로 전년 동월 대비 1.0% 높아졌다. 지난 10년간 청년층 고용률은 2002년 45.1%에서 2012년 40.4%로 10년 사이 4.7% 포인트 하락했다. 청년들의 취업이 녹록하지 않다.
이런 청년실업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해외취업과 창업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약속한 10만명에는 못 미치지만 산업인력공단의 해외취업 프로그램을 통해 취업한 사람이 2008년 1,434명에서 2012년 4,007명으로 증가했고 민간 영역까지 합치면 해외취업자는 연간 1만명에 육박할 것이라고 한다.
예전과 달리 대한민국 브랜드에 대한 높아진 인지도와 인식은 우리 청년들의 해외진출에 큰 힘이 되고 있으며 해외는 취업의 블루오션이 되고 있다.
그러나 해외취업에는 변수가 많다. 경험하지 못한 문화적 충격으로 혼란을 겪을 수도 있고 특히 공급자와 수요자 간의 눈높이 차이가 큰 경우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해외 일자리 확대 자체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해외취업을 위한 사전적 정보 제공과 취업자의 역량 강화 등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유엔 분담률에 비해 진출이 저조한 국제기구로의 진입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국가별 쿼터가 정해진 16개 국제기구 중 13개 기구에서 한국인 쿼터가 미달돼 있다. 국제기구 인사센터를 산업인력공단이나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연계시켜 다양한 해외취업 정보를 취득하고 공유하는 통로로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성공적인 해외취업을 위해 중요한 것은 청년들 스스로의 준비와 다짐이다. 막연한 기대와 환상은 버리고 스스로 글로벌 인재로 성장하겠다는 다짐으로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스펙의 나열보다 열정과 도전정신을 갖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 많은 대한민국 청년들이 넓은 세계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도전하는 청년이 우리나라의 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