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청와대의 임명동의안 및 인사청문요청서 국회 제출 일정이 현재 중앙아시아를 순방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귀국(21일) 이후로 연기됐다. 이에 따라 청와대가 문 총리 카드를 사실상 접고 자진사퇴를 유도하고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18일 박 대통령의 첫 방문국인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에서 브리핑을 통해 "박 대통령이 순방 일정을 마치고 오는 21일 귀국 후 국무총리·장관에 대한 임명동의안 및 인사청문요청서 재가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라며 "순방 중에는 중요한 외교·경제 일정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 대변인은 특히 박 대통령 귀국 후 재가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재가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해 문 후보자에 대한 청와대의 부정적인 기류를 전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의 한 핵심관계자는 "여론의 동향을 지켜보고 있다"며 "문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재가가 연기된다는 것은 자진사퇴를 기다리는 쪽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이처럼 이례적으로 대통령 해외순방 일정 중 브리핑을 통해 국내 이슈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은 문 후보자의 국무총리 임명 문제를 둘러싸고 여론이 심각하게 악화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당초 청와대는 문 후보자의 임명동의안과 인사청문요청서를 박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13일 국회에 제출, 청문회 절차를 밟을 계획이었으나 서류 준비 부족, 박 대통령 순방 현지 일정 등의 이유를 들어 계속 늦춰왔다.
이번에 다시 재가 여부 결정 시점이 박 대통령의 귀국 이후로 연기되자 결국 박 대통령이 내정한 문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한다고 밝히기 어려운 만큼 본인이 자진사퇴하도록 시간을 주는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새누리당의 기류변화도 확실히 감지되고 있다. 서청원 의원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문 후보자) 본인이 스스로 판단해서 모두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게 좋겠다"며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김무성 의원도 문 후보자가 해명에도 불구하고 여론이 지지하지 않으면 거취를 스스로 결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국회 인사청문 절차는 반드시 이행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도 언급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