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총리ㆍ재경위원장께 깊이 깊이 감사드린다. 중앙은행의 위상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접근했다. 더 이상의 법개정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국회 재정경제위원회를 통과한 한국은행법 개정안에 대한 박승 한은 총재의 후한 자평(自評)에 대해 씁쓸한 뒷말이 무성하다.
박 총재는 24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역대 한은법 개정 내용 가운데 가장 전향적”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김진표 부총리 겸 재경부장관과 나오연 국회 재경위원장에게 깊이 깊이 감사드린다”는 인사도 잊지 않았다. `후진국형에서 선진국형으로` `중앙은행의 위상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접근` 등 한은법 개정안에 대한 박 총재의 평가는 후하기 그지없다. 한은법 추가 개정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본인 임기중에는)그럴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100% 만족스럽다는 의미가 이곳 저곳에서 묻어나왔다.
반면 이날 성명서를 낸 한은 노조는 “이번 한은법 개정안이 금융통화위원회의 과반수를 정부가 차지하는 현행 금통위원 추천 제도의 문제점을 근원적으로 해결하지 못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총재와 노조의 엇갈리는 평가를 받고 있는 한은법 개정안의 포인트는 두가지. 하나는 한은 부총재가 당연직 금통위원으로 들어가 한은 몫이 한자리 늘어나게 되는 것이고, 임금을 제외한 경비성 예산에 대해 재경부의 승인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게 또 한가지다. 이 두 가지는 한은의 해묵은 소망이었고, 이번에 정부로부터 `기대 이상의 양보`를 얻어낸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상당수 한은 직원들은 `월척을 낚았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이날 박 총재가 표정관리를 못한 데 대해서는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임직원들이 적지 않다. 특히 한은법 개정의 당위성을 수년간 역설해 온 한은이 정작 개정안이 통과되자 감격을 주체하지 못하고 `감사합니다`를 연발하는 모양이 영 어색하다는 것이다.
<성화용기자 sh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