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性) 호르몬이 동물의 성적인 성숙뿐 아니라 발육기의 성장도 조절한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규명됐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연구재단은 4일 현서강(37) 중앙대 생명과학과 교수와 김빛내리(42)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가 주도하고 김화(34) 서울대 박사(제1저자)가 참여한 연구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이 밝혀졌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동물이 성적인 성숙을 통해 성체가 되는 과정과 발육기의 성장을 통해 최종적인 신체의 크기가 결정되는 과정이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분자유전학적으로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는 게 연구재단의 설명이다.
현ㆍ김 교수 연구팀은 초파리를 연구 매개체로 삼아 성호르몬(엑다이손)이 성장에 관여하는 마이크로 RNA(miR-8)와 그 표적유전자(USH)의 생성을 핵심적으로 조절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엑다이손은 초파리의 성적 성숙과정을 담당하는 대표적 스테로이드 호르몬이며, 마이크로 RNA는 아주 작은 한 가닥의 RNA로 생물체의 발생ㆍ성장ㆍ노화ㆍ사멸 등 생명현상에 관여하는 물질이다. miR-8은 마이크로 RNA의 한 종류로 인슐린 신호전달을 촉진시켜 개체의 성장과 세포증식에 도움을 준다. USH는 초파리 miR-8의 타깃 유전자로 miR-8에 의해 발현이 저해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연구팀은 성호르몬(엑다이손)이 수일간 초파리의 유충기에 마이크로 RNA(miR-8)의 생성을 억제하면서 동시에 USH의 생성을 향상시켜 인슐린의 신호강도의 변화를 조절하고 결국에는 최종 성체의 크기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연구팀은 초파리의 마이크로 RNA(miR-8)를 인위적으로 결핍시키거나 과다생산하면 성호르몬(엑다이손) 효과와 상관없이 난쟁이나 거인 초파리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동물의 성장을 조절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연 것이다. 현 교수는 "성호르몬에 의한 성숙과정이 어떻게 신체성장과정과 작용하는지를 분자유전학적으로 이해하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최근 6년간 18배나 급증한 성조숙증과 같은 성장장애 치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