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교전] 수출, 외자유치에 돌발 악재

-국가신인도 하락 불보듯 뻔해-서해안에서 발생한 남북 교전은 가뜩이나 불안한 수출전선에 먹구름을 몰고올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외자유치에는 치명타를 안길 것으로 우려된다. 6.25이후 근 50년만에 처음 벌어진 소규모 교전사태로 국가위험도를 높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어서 사태가 신속히 호전되지 않는한 국가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수출= 서해안 교전소식이 외신을 통해 알려지자마자 국내 종합상사와 무역업체에는 해외바이어들의 전화가 빗발쳤다. 바이어들의 목소리는 거의 대부분 떨리고 다급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해외바이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정확한 교전상황에 대해 설명해 줄 것을 요구했고 이미 주문해 놓은 제품을 제 때에 납품받을 수 있을 지에 대해 초조한 음성으로 수차례씩 확인하고서야 수화기를 내려놓았다는 전언이다. 수출업계는 서해안 남북교전으로 인해 직접적인 영향보다 간접적 피해가 크게 나타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기존 바이어들이 거래선을 돌려 이탈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데다 신규 바이어를 잡기가 더욱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수출과 외자유치를 총괄하는 산업자원부는 서해안 교전소식을 접하자 마자 아연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산자부는 연초 수출목표를 1,340억달러로 정했다가 수입 급증으로 무역흑자목표 250억달러를 맞추기 어렵게되자 최근 1,400억달러대로 높여 책정하고 수출총력체제를 재정비할 계획이었다. 산자부로서는 정덕구(鄭德龜)장관 취임을 계기로 국제통화기금(IMF) 체제의 2년차 수출총력 시스템을 가동하기 직전에 돌발악재를 만난 셈이다. 산자부 관계자는 『아직 외국바이어들이 이탈하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하고 『그러나 이번 교전은 국제적으로 신인도를 떨어뜨려 수출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자유치= 서해안 교전은 최근 서울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투자박람회가 성황리에 막을 내림으로써 한층 무르익은 대한(對韓)투자분위기에 일거에 찬물을 끼얹게 됐다. 국가위험도(COUNTRY RISK)와 외자유치의 함수관계는 정확하게 반비례한다. 서울 APEC투자박람회에 몰렸던 외국투자자들은 안정적 투자와 높은 잠재력에 커다란 관심을 내비쳤고 적극적인 투자의사를 전달했었다. 그러나 이번 교전은 한국으로 향하던 외국투자자들의 발길을 돌려놓기에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경우 올해 정부가 정해놓은 외자유치목표 150억달러는 남북교전 발생과 함께 사실상 물 건너간 게 아니냐는 때이른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김종갑(金鍾甲)산자부 산업정책국장은 『외국투자자들은 5∼10년을 내다보고 투자하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영향은 별로 없을 것』이라면서 『다만 단기적으로는 외국투자자들의 심리적 동요가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산자부와 수출업계는 밖으로 바이어들과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는 한편, 안으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으나 교전이 단발성에 그치는 것이외에 뾰족한 대안은 없다며 이번 사태가 빠르고 원만하게 수습되기만을 고대하고 있다. /박동석 기자 EVERES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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