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P는 서울에 필요한 '착한 건축'

■ 못된 건
이경훈 지음, 푸른숲 펴냄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 흉물이다." "새롭게 창조한 인공지형이다."

지난 3월 문을 연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는 설계 단계부터 말이 많았다. 왕조의 몰락과 식민지배의 역사 등 장소의 배경과 주변 경관을 무시한 우주선 모양의 디자인에 '동대문에 불시착한 UFO'라는 비아냥도 일었다.

과연 DDP는 도시를 망친 '못된 건축'인 것일까. DDP프로젝트의 자문을 맡았던 저자는 DDP가 서울에 꼭 필요한 '착한 건축'이라고 주장하며 '도심의 대지를 잘 이해한 건물'로 DDP를 설명한다.

"땅 모양과 상관 없이 언제 어디서나 네모 형태의 깍두기 건물을 짓고 그 앞에 공원을 만들던 기존 서울의 건축과는 다르다. 가로와 복언된 성벽에 의해 만들어진 불규칙한 대지의 경계를 중요한 모티브로 삼고 과감한 구조적 모험까지 하는 DDP야 말로 도시와 주변 환경에 적극적으로 조응한다."

책은 DDP외에도 트윈트리타워를 도시를 살리는 건축으로 꼽았다. 트윈트리타워 역시 '고즈넉한 경복궁 앞의 정취를 깨는 이질적인 유리건물'이라는 지적을 받아왔기에 의아한 분석이다. 동십자각을 건물 뒤편에서도 바라볼 수 있게 몸을 아예 가른 디자인을 두고 저자는 '현대건축과 도시는 옛것을 보존할 뿐만 아니라 그 격을 높이고 활용한다'고 극찬한다.

책은 이 밖에도 서울역, 남대문, SK서린빌딩, 신한은행본사, ECC, 레미안 퍼스티지 아파트, 예술의 전당, 국립현대미술관, 신라호텔 등 주요 건축물을 분석하며 시민에게 행복을 주는 좋은 건축과 서울을 망치는 못된 건축을 정리했다.

각 사례를 통해 도시이 건축을 바라보는 기준을 제시하고 그 독해법도 알려준다. 분석에 대한 의견은 엇갈릴 수 있지만 무심코 지나치는 건물들에 대한 저자의 세심한 성찰이 돋보인다./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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