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은행을 중시하면서 증권을 홀대하고 있습니다. 빨리 시정하지 않으면 증권업은 망합니다.”
최근 증권 업계 고위 인사들을 만나면 거의 빠지지 않고 듣게 되는 얘기다. 기자들만 그런 게 아니다. 금융감독위원장 등 금융감독 당국의 인사들 역시 증권 업계의 하소연을 듣고 있다. 지난해 취임한 윤증현 금감위원장 역시 증권ㆍ자산운용사 사장단과의 첫 만남에서도 이와 비슷한 대화가 오갔다. 그는 당시 “(시정)방안을 관련 부처와 협의하고 실무자들에게 적극 검토할 것을 지시하겠다”고 덕담(?)했다.
최근 굿모닝신한증권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는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의외다. ‘증권 업계에서 가장 큰 리스크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1.4%가 ‘수익 모델 부재’라고 답했으며 다음으로 ‘미약한 대고객 신뢰도(20.3%)’를 꼽았다. 업계 경영자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압도적인 1등을 차지해야 마땅할 ‘은행 중심의 정부정책’은 13.5%에 불과했다.
이 설문의 대상은 75명의 기관투자가였다. 정작 증권사의 최고의 고객들은 증권 업계 문제의 핵심을 업계 안에서 찾으라고 쓴소리를 한 것이다. 설문을 실시한 굿모닝신한증권의 결론도 같았다. “이는 현재 증권사가 겪는 문제점이 주로 증권사 내부에 발생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며 따라서 “시장의 과도한 경쟁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수익구조 다변화를 통해 해소해야 한다”고 대안까지 제시했다.
증권사와 증권사 고객간의 인식 차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증권사가 증권사 고객의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다. 은행은 다양한 상품을 팔 수 있는 반면 증권과 자산운용사는 상대적으로 제약이 많다. 증권 업계에 있는 사람이라면 다 알고 있는 문제다. 하지만 그런 문제점을 한번 주장하면 다음 한번은 왜 수익 모델이 없는지 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반성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가계의 위험자산 선호 추세가 증권회사에 긍정적인 영향(74.7%)을 미칠 것이라는 내용도 있었다. 기회는 있다는 얘기다. 목소리를 높이기 전에 자신을 먼저 둘러보는 겸허함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