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지속하는 등 국제경영 환경이 악화되면서 미국과 함께 세계경제의 중심축인 일본과 유럽(EU)의 경제가 가라앉고 있다. ‘10년불황’에서 벗어나 재도약에 나서던 일본은 고유가로 기업들의 채산성이 악화되면서 경기전망이 다시 어두워지고 있다. EU도 기관차 역할을 하는 독일의 실업률이 전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는 등 기업들의 고용과 투자가 살아나지 못하면서 활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단기경기전망, 4분기래 최저치 일본 대기업들의 경제 신뢰도가 4분기래 최저치를 기록해 일본 경기회복이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은행이 1일 발표한 3월 단칸(단기경제관측)보고서에 따르면 대기업들의 1ㆍ4분기 경기신뢰지수(단칸지수)는 14로 지난 4ㆍ4분기의 22보다 8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지난 2001년 3ㆍ4분기 이후 최대의 하락폭이며 작년 1ㆍ4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분기별 단칸지수는 2003년 2ㆍ4분기부터 작년 3ㆍ4분기까지 6분기 연속 상승해 일본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으나, 지난 분기부터 2분기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단칸보고서는 일본은행이 1만여개의 기업을 대상으로 매출과 수익, 고용 등에 대한 전망을 조사한 것으로, 일본 기업들의 경기신뢰도를 가장 정확하게 보여주는 지표다. 지수가 ‘0’보다 크면 경기상황을 낙관하는 기업들이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칸지수 뿐 아니라 최근 발표된 2월 산업생산과 가계소비지수가 모두 하락하면서 일본의 경기회복이 지연되고 있다는 분석이 강하게 힘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와 원자재가격이 급등하면서 기업들의 채산성이 악화되고, 이에 따라 고용활동과 설비투자가 위축되고 있는 것이 경기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메릴린치의 애널리스트인 제스퍼 콜은 “일본의 대형제조업체들이 세계 경제의 부진과 고유가의 직격탄을 맞았다”고 말했다. 유럽 기업신뢰지수 15개월만에 최저-소비, 투자, 고용 부진 악순환 지속
유럽이 경기 회복의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기업들의 투자와 고용이 살아나지 않으면서 소비 부진이 지속되고 있고 이것이 다시 기업들의 투자 의욕을 꺾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의 고유가는 기업들의 투자 심리를 더욱 얼어붙게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31일(현지시간) 유로화를 쓰는 12개 국가들의 3월 기업 신뢰지수가 마이너스 8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04년 12월 이후 15개월 만에 최저치다. 소비자신뢰 지수 역시 마이너스 14를 기록, 지난 달 마이너스 13에서 더욱 악화됐다. 독일의 3월 실업률이 전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갈수록 증가하는 실업자 문제가 소비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독일 통계청은 이날 계절 요인 등을 감안한 조정 실업률이 2월 11.7%에서 3월에 12%로 높아졌으며, 조정 실업자 수는 497만명으로 전월에 비해 9만2,000명 늘었다고 발표했다. 심리 지수가 일제히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올해 유로 경제국들의 경제 성장이 지난 해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유로 지역 경제 리서치 기관인 유로프레임은 올해 경제 성장이 지난 해 1.8%에서 1.5%로 줄어 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메릴린치는 4월4일 EC가 올해 유로권 경제 성장 전망치를 당초 2%에서 1.7%로 하향 조정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