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푼다"… 유럽·일 국채수익률 곤두박질

선진국 중앙은행 통화완화 러시… 경기부양 노리며 국채매입 확대
日 2년 만기 사상 첫 '마이너스'… 伊·포르투갈 10년물도 사상최저
상대적으로 위험성 적은 미국도 투자자 대거 몰리며 수익률 뚝뚝


유럽과 일본 등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앞다퉈 통화완화에 나서면서 이들 국가의 국채수익률이 연일 곤두박질치고 있다. 일본의 2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진입했고 이탈리아와 포르투갈 등의 10년물 국채도 사상 최저 수준인 2%대에 머물고 있다.

28일 일본 정부가 신규 발행한 2년물 국채수익률은 장중 -0.005%를 기록했다. 만기 1년을 넘는 국채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BNP파리바 도쿄지점의 후지키 도모히사 금리전략장은 "(일본의) 국채 2년물 공급이 매우 빡빡하다"며 "유가 하락 등의 요인들이 인플레이션을 둔화시키리라는 우려 속에 금리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말 일본은행이 국채매입 규모를 확대하면서 시중의 국채 품귀 현상이 심화한데다 경기부진이 이어지면서 돈을 내고서라도 안전한 국채를 사들이려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행은 11월 들어 무려 11조1,700억엔에 달하는 장기국채를 사들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이날 일본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2.9% 오른 데 그쳐 4월 소비세율 인상 이후 최저 수준에 머물렀다. 같은 달 가계소비는 전년 동월 대비 4.0% 감소해 7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아일랜드 등 주요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회원국들의 국채수익률도 경제지표 악화로 유럽중앙은행(ECB)이 양적완화을 실행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줄줄이 하락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27일(현지시간) 독일 국채인 '분트' 10년물 수익률은 전일의 0.734%에서 0.699%로 떨어졌으며 아일랜드 국채 10년물 역시 전일 대비 0.08%포인트 내려앉은 1.366%로 장을 마쳤다. 이탈리아(2.054%)와 포르투갈 10년물(2.800%)도 역대 가장 낮은 금리 수준을 보였다.

이 같은 수익률 하락은 독일·스페인 등의 최근 인플레이션 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밑돌면서 ECB가 머지않아 대규모 국채매입을 통한 경기부양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M&G인베스트먼트의 미셸 리델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시장은 세계 경기가 장기적으로 약세를 띨 것으로 보고 있다"며 ECB의 양적완화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전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조너선 로인스도 CNBC와의 인터뷰에서 "ECB가 내년 1월22일 정책회의에서 양적완화를 개시할 것이 가장 유력시된다"고 내다봤다.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은 특히 분트 10년물 수익률이 현재 0.42%대까지 떨어진 일본 10년물 국채수익률을 밑돌 정도로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CNBC는 최근 분석했다. ECB가 국채를 매입할 경우 회원국별 출자비율에 따라 사들일 가능성이 있다. 시장에서는 ECB가 내년 1년간 500억유로 규모의 국채를 사들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출자비율이 28%를 차지하는 분트 매입규모는 140억유로에 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국채매입이 불발될 경우 유로존 경기부양 실패로 독일이 일본과 같은 장기 침체에 빠지면서 결국 국채수익률은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는 것이 CNBC의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국채수익률도 뚝뚝 떨어지고 있다. 경기회복에 힘입어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인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지만 미국 국채수익률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데다 투자자들이 경기부진 우려가 고조되는 다른 지역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미국 금융자산을 선호하면서 국채 수요가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전 거래일 대비 0.044%포인트 낮은 2.201%로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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