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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검사 출신에 4선 국회의원, 여당 대표를 섭렵한 홍준표 경남지사가 '성완종 로비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의혹을 받는 정치권 인사 가운데 첫 소환자다. 이는 검찰이 제기되는 여러 의혹 가운데 홍 지사의 금품 수수가 가장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검찰이 수사의 생리를 훤히 꿰뚫고 있는 홍 지사의 '방패'를 뚫고 혐의를 입증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성완종 리스트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8일 오전10시에 홍 지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한다고 6일 밝혔다. 홍 지사는 지난 2011년 6월께 성 전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수사팀은 한 달여간 관련 증거를 광범위하게 확보해 분석해온데다 돈 전달자 역할을 한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의 진술이 흔들림 없이 로비 사실을 지지해주고 있기 때문에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검찰은 그간 수사를 통해 경남기업의 '금고지기' 역할을 한 한장섭 전 부사장이 1억원을 윤 전 부사장에게 건넸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며 윤 전 부사장이 2011년 6월 당시 아내가 운전하는 차량을 타고 국회에 가서 홍 지사의 보좌진에게 1억원이 든 쇼핑백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부사장은 금품 전달 당시 나경범 경남도청 서울본부장이 함께 있었다는 구체적인 진술까지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상황이 순조롭기만 한 것은 아니다. 홍 지사 측근인 나 본부장과 강모 전 비서관은 검찰 조사에서 모두 "기억이 안 난다"는 취지로 금품 수수 사실을 부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금품을 전달한 날짜를 정확히 특정하지 못한 것, 금품 전달 장면이 담긴 CCTV 등 결정적인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 것도 검찰 측으로서는 불안한 요소다.
윤 전 부사장의 진술을 100% 믿기 힘들다는 것도 검찰 입장에서는 넘어야 할 과제다. 윤 전 부사장의 경우 경남기업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사실이 입증된 이상 본인이 혐의를 뒤집어쓰지 않기 위해 어떻게든 홍 지사에게 돈을 건넸다고 주장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홍 지사도 이런 점을 집중적으로 문제 제기하고 있다. 홍 지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나에게 돈을 전달한 것이 확실하다면 성 전 회장이 왜 자살 전에 측근들을 데리고 전달 사실을 확인하고 녹취까지 했을까요"라고 반문하며 "그것은 늘 정치권에 있는 배달사고를 염두에 두고 다시 확인하러 간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배달사고 가능성을 강하게 제기했다.
이런 점 때문에 검찰은 홍 지사 소환조사 때까지 그의 측근들을 최대한 많이 불러 사실관계를 확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5일 나 본부장과 강 전 비서관을 불러 조사한 데 이어 이날 김해수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불러 조사했다. 그는 이번 사건 수사가 시작된 후 윤 전 부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회유를 시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인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