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집계를 통해 실적을 공시했다가 회계법인 감사 후 이를 대폭 수정해 공시하는 기업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일부 상장ㆍ등록업체의 실적은 외부감사 후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되는 등 크게 차이가 나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일고 되고 있다.
19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당기순손익ㆍ경상손익이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감했다고 공시한 뒤 회계법인 감사결과 이전 실적발표 치보다 악화됐다고 정정 공시한 기업이 이 달 들어 65개에 달했다. 대호의 당기순이익은 551억원에서 외부감사 후 424억원으로 줄어 순익증가율이 213.4%에서 164.8%로 크게 축소됐다.
외부감사 후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선 사례도 속출했다. 대창단조는 9억9,000만원 흑자전환을 공시했지만 후순위채권 감액손실, 재고자산ㆍ지분법평가손을 반영함에 따라 9억3,000만원 당기순손실을 냈다고 정정했다.
동원도 원가절감을 통한 4억원 경상흑자를 공시했다가 외부감사 후 36억원 경상손실로 수정했고 백산은 4억원 당기순이익에서 2억원 적자로 정정했다.
손실이 줄었다고 공시했다 외부감사 후 손실액이 오히려 늘어난 기업도 있었다. 삼익악기는 경상손실이 45.82% 줄었다고 공시했지만 대손충당금 설정액이 늘면서 26.93% 증가했고 태성기공 당기순손실도 당초 4,000만원에 불과했지만 외상매출금에 대해 대손충당금을 전액 설정함에 따라 90억원으로 확대됐다.
코스닥기업에서도 내부집계 실적과 감사 후 실적이 큰 차이를 보인데다 공정공시제도를 악용해 부풀린 실적을 공개한 뒤 이를 정정하는 경우도 있었다. 금호미터텍은 내부 결산 후 4억6,000만원 흑자를 공시했지만 외부감사 후 순이익이 1억1,000만원에 불과했고 한글과컴퓨터도 순손실이 133억원이라고 밝혔지만 지분법평가손 등이 늘어 손실규모가 241억원으로 확대됐다고 수정했다.
트래픽ITS은 순이익이 기존 발표치 15억9,000만원에서 11억2,000만원으로 감소, 전년대비 순익증가율이 95.21%에서 37.35%로 절반이상 떨어졌다.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기업들이 전문회계사가 아닌 내부인력으로 실적을 집계하기 때문에 감사후의 실적과 다를 수 있다”며 “그러나 실적이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은 문제가 심각하며 해당기업은 공시를 통해 이를 자세히 해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용기자 kimi@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