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채권ㆍ주식시장 불안한 낙관주의

요즘 미 채권시장이 행복하다. 채권가격이 뛰어오르면서 지표 금리인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다음 주 미국이 큰 폭의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 연방준비위원회가 국채를 되사들일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채권 가격은 앞으로 보다 더 큰 폭으로 오를 것이다. 주식시장도 행복하다. 지난 3월 12일 시작된 랠리가 지속되고 있다. S&P500지수는 지난 3월달에 비해 26%나 올랐고, 투자자들은 연준위의 금리인하를 전망하고 있다. 또 한번의 금리 인하는 저금리와 세금감면, 달러 약세 등을 통해 미 경제를 살리려는 정책의지를 다시 한번 분명히 할 것이다. 주식시장에는 물론 좋은 소식들이다. 연방준비위원회 역시 행복하다. 그들은 기업들의 자금 조달비용을 낮추고 가계의 주택금융 금리 재조정을 가능케 하는 채권시장의 저금리 기조를 반기고 있다. 우리도 이런 행복에 동참할 수 있을까? 불행하게도 대답은 `노`이다. 채권과 주식시장의 랠리는 서로 모순되는 토대에 근거하고 있다. 즉 채권시장의 랠리에는 향후 경제가 약해질 것이란 전제가 깔려있는 반면, 주식시장의 랠리는 강력한 경제 회복에 근거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둘 다 옳을 수는 없다. 이러한 관점의 차이는 경제적 불확실성에서부터 나온다. 최근 주식시장은 강력한 경제 회복이 시작됐음에 주목하고 있다. 1분기 기업들의 순익이 증가했고, 세금감면을 통한 경기 회복이 기대되는데다 상당히 완화된 통화정책, 이라크전의 조기 종결, 유가 하락, 그리고 미국의 생산성 증가 등이 이러한 전망의 근거다. 채권시장은 반면 통화정책 완화의 효과에 의심을 품고 있다. 가계부채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가계 대출을 통한 효과를 기대하기가 힘든 데다, 약달러로 인해 외국인 투자가들의 이탈도 예상된다는 것. 주식도 기업들의 순익에 비해 현재 고평가돼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자들은 신중해야 한다. 주식시장의 낙관주의는 쉽게 전염되는 특성이 있다. 그러나 지난 3년 동안 경기가 바로 회복될 것이란 전망은 맞아 떨어진 적이 없다. 90년대 경기 급등과 버블이 앞으로 금새 사라지기 어려운 불균형을 남겼다는 사실 역시 의심의 여지가 없다. <파이낸셜타임스 6월18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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