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사추세츠공대(MIT) 출신 엔지니어인 미국의 헤이우드 형제는 지난 2004년 환자들이 자유롭게 병력과 증세·약물정보 등을 공유할 수 있는 '페이션츠라이크미(patientslikeme)' 웹 사이트를 개설했다. 이 사이트는 환자들이 자발적으로 입력한 질병상태와 부작용·가족력 등의 정보를 익명화해 제약사와 연구기관에 유료로 판매, 수익을 올리고 있다. 페이션츠라이크미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대표적인 창업 모델로 손꼽힌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페이션츠라이크미와 같은 창업이 가능할까. 답은 부정적이다. 개인정보를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을 통해 유통하는 것은 현행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 등에 관한 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말 방송통신위원회가 개인정보 활용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정부 부처 간 의견조율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박필재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창업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법적인 예측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며 "개인정보 보호도 중요하지만 빅데이터를 활용한 질 높은 창업 모델이 생겨날 수 있도록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일부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내의 경우 빅데이터뿐만 아니라 여러 혁신 산업 분야에서 각종 규제로 인해 질 높은 창업 모델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금융과 정보기술(IT)을 결합한 핀테크 관련 창업이 활발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규제 때문에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국내의 경우 P2P대출 사업은 '대부업자'로 등록해야 영업이 가능하다. 올해 1월 P2P대출 업체 '8퍼센트'를 창업한 이효진 대표는 "P2P대출 같은 핀테크 관련 창업에 대한 국내 수요는 높은데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아 혁신적인 벤처기업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질 높은 창업 모델을 양산하려면 사회적 합의를 통해 혁신적 산업 분야에 대한 규제를 철폐하거나 완화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부겸 중소기업옴부즈만(숭실대 교수)은 "우리나라는 질 높은 창업 모델을 가로막는 규제가 많은 편"이라며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 혁신적인 창업기업이 나올 수 있는 토양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