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이라크로"

석유메이저등 개발주도 전쟁

미국 중남부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45번 고속도로를 타고 동남쪽으로 약 1시간 가량 달리면 멕시코만에 다다른다. 바다 낚시터로 유명한 갤베스톤 해안이 보이고 그 안쪽으로 세계를 호령하는 미국 석유 메이저들의 정유공장이 진을 치고 있다. 세븐시스터(Seven Sister)라고 불리는 기업들이다. 이들 석유메이저들은 거대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웠다. 98년 12월 미국 1, 2위인 엑슨과 모빌이 합병해 유럽의 브리티시석유(BP)와 로열더치셸을 제치고 세계 정상으로 올라섰고 2년 뒤엔 2, 3위의 셰브론과 텍사코가 합병대열에 동참했다. 1911년 반독점법으로 쪼개진 ‘석유왕’존 록펠러의 스탠더드오일에서 출발한 석유메이저들이 다시 합치는 이유는 대규모 자본과 기술이 동원되는 유전개발 및 정유사업의 주도권을 지키기 위해서다. 미국계 석유메이저들의 덩치 키우기는 특히, 1960년 OPEC(석유수출국기구) 결성, 중동산유국의 석유 국유화 등과 함께 1980년대 유가 하락으로 약화됐던 석유시장 지배력을 다시 강화시켰다. 때마침(?) 터진 이라크전쟁은 석유메이저들의 시장지배력를 더욱 강화시키는 동시에 그 동안 군침만 삼키던 이라크 진출의 계기가 됐다. ‘오일머니정부’ 라고 불리는 부시행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유럽계에 뺏겼던 이라크 유전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 실제로 지난 5월 미 육군 공병단은 전쟁으로 손상된 이라크의 유전복구 수주의 87%이상을 석유메이저의 엔지니어링회사인 핼리버튼사가 따낼 것이라고 발표했다. 핼리버튼사는 딕 체니 부통령이 CEO를 지냈다. 국내 정유업계 관계자들은 “석유메이저들이 겉으로는 이라크의 치안문제 등을 들어 유전개발 사업에 소극적인 듯 보이지만, 이미 모든 준비를 끝내고 이라크 정부의 형식적인 승인만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고 전했다. 세계 3위의 석유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아직도 미개발 유전 및 미개발 탐사지역이 많은 이라크를 석유메이저들이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현재 이라크 석유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석유회사는 과거 후세인 정권 시절 계약을 체결했던 러시아 루크오일(Lukoil), 중국의 CNPC, 프랑스의 토털피나(TotalFina)Elf를 비롯해 셰브론텍사코ㆍ쉘 등 석유메이저들이다. 여기다 일본계인 AOC와 자펙스(Japex) 등도 유전개발 협상을 진행중이다. 정유업계는 이라크 파병의 경제적 득으로서 가장 큰 몫이라고 할 수 있는 이라크 원유개발사업 획득을 위해서는 석유공사는 물론 정유사ㆍ종합상사 등 민간기업들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경제성 있는 유전개발 사업을 위해 석유메이저들의 속성을 알고 지분 공동참여 등 ‘전략적인 동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해상수송로가 용이한 페르시아만 인근의 이라크 남부 유전들이 아시아 석유회사들의 목표가 될 것”이라며 “칼자루를 쥔 쪽(미ㆍ영계 석유메이저)과 긴밀한 유대관계는 물론 정부의 절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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