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 쏟아부은 STX다롄 청산 초읽기

산은 제안, 中 암묵적 동의… 도크·엔진 등 경매 불가피


STX다롄 청산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국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중국 채권단에 청산을 제안했고 중국 채권단도 암묵적 동의를 하고 있다.

청산이 확정될 경우 STX와 국내 금융기관ㆍ협력업체들이 다롄공장에 쏟아 부은 3조원은 공중으로 날아간다. 더욱이 도크 등 설비와 엔진공장 등은 경매를 통해 중국 업체 등에 헐값 매각돼 국부유출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중국 현지와 국내 금융계에 따르면 STX와 산은 등 국내 채권단은 최근 다롄시 정부와 중국 공상은행 등 채권단에 STX다롄 청산 의사를 전달했다. 산은의 한 관계자는 "청산 쪽으로 방향을 잡고 최근 중국 채권단에 공식 입장을 전달한 뒤 상대방의 입장표명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채권단은 STX조선 등 국내 사업장에만 오는 2017년까지 3조원이 넘는 자금을 쏟아 부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도 다롄의 조기정리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다롄 현지소식통도 다롄시 정부가 우리 측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다만 공상 등 20개 은행으로 구성된 중국 채권단은 아직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지급보증 등 복잡한 채무관계와 조선시황이 회복되지 않은 상황을 고려할 때 청산에 동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까지는 산은의 청산 제안에 대해 다롄시와 중국 채권단 일부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다롄시는 빨리 청산절차를 밟아 체불임금과 사회보장비용 등을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채권단 일부는 손실금액을 대손 처리하기가 부담스럽다며 반대의사를 밝히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가 은행권의 대손비율 관리를 강화하자 중국 은행들도 쉽게 결정을 못 내리는 것이다.

STX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중국 은행이 청산으로 인한 책임에 부담을 느끼고 있지만 결국 최대 채권자인 공상은행의 결정에 따를 것"이라며 "중앙정부의 입김이 작용하는 공상은행은 조선업 구조조정 측면에서도 청산 후 공개매각을 통해 중국 조선소에 합병시키는 방법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우리 채권단이 손을 떼기로 함에 따라 3조원 넘는 국부가 고스란히 중국으로 넘어간다. STX는 다롄 창싱다오에 조선소를 지으면서 1조5,000억원을 투자했고 중국 은행들에 STX조선ㆍ중공업ㆍ엔진 등 국내 계열사가 지급보증한 금액도 7,500억원에 달한다.

국내 채권단이 물린 돈이 전체 익스포저의 12.5%(약 4,000억원)에 불과해도 비용과 청산에 앞서 지급보증 해소 등이 이뤄질 경우 3조원 가까운 돈이 휴지조각이 되는 것이다. 국내 자본으로 중국에 큰 조선소를 하나 지어주고 나오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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