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본격적으로 꺾이기 시작한 지난 2010년 이후 4년 동안 은평·동작·성동구 등은 오히려 아파트 시가총액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강남 3구와 양천·노원구의 아파트 시가총액은 큰 폭으로 줄었다.
8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의 25개 자치구 가운데 지난 4년 동안 아파트 시가총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은평구였다. 올해 5월 은평구의 아파트 시가총액은 12조4,931억원으로 4년 전인 2010년 5월보다 4조469억원 증가했다. 은평구 다음으로 증가액이 많은 곳은 동작구와 성동구로 각각 3조5,150억원, 2조7,451억원이 늘었다. 자치구별 시가총액은 구역 내 아파트의 면적별 시세에 가구 수를 곱해서 산출된다.
은평구의 시가총액이 크게 늘어난 것은 2008년부터 뉴타운 입주가 이어진 데 힘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은평구에서는 지난 3년간 아파트 6,060가구가 준공승인을 받았다. 동작구와 성동구의 약진은 한강 인근의 재개발 지역에 입주가 꾸준히 이어진 탓으로 해석된다. 성동구와 동작구에서는 각각 5,469가구, 1,628가구가 준공승인을 받았다.
시가총액이 가장 많이 감소한 지역 1~3위는 강남 3구로 모두 합해 29조3,852억원이 줄었다. 가장 많이 감소한 강남구는 16조285억원이 줄어 현재 96조6,250억원을 기록하고 있으며 송파구와 서초구도 각각 7조5,959억원, 5조7,608억원이 감소했다. 감소액 순위 4·5위는 양천구와 노원구로 각각 5조7,217억원, 5조2,798억원이 줄었다.
강남 3구의 시가총액 감소는 지난 4년간 중대형 및 재건축 투자 수요가 꾸준히 감소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양천·노원구의 경우 신규 입주물량은 적은 데 반해 지은 지 20년이 넘은 기존 아파트들의 노후화가 진행되면서 시가총액이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노원구는 지난 3년간 준공승인 가구가 26개에 그쳤다.
이에 따라 4년 새 서울 각 구의 시가총액 순위도 변했다. 눈에 띄는 것은 성동구와 동작구의 약진이다. 2010년 5월 13위였던 성동구는 2014년 5월 현재 10위로 3계단 뛰었다. 14위였던 동작구는 5계단 오른 9위를 기록했다. 5월 현재 성동구의 시가총액은 23조7,820억원, 동작구는 24조913억원이다. 9위와 10위를 기록했던 용산구와 구로구는 각각 12위와 14위로 밀려났다. 현재 용산구의 시가총액은 22조6,763억원, 구로구는 21조4,701억원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중대형의 인기가 감소하고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투자 수요가 줄어든 지역에서 시가총액 감소가 두드러졌다"며 "반면 입주가 이어진 지역은 시가총액이 증가세를 보였는데 이는 신규 아파트의 가격이 높은 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