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년까지 5개 소그룹으로 완전분리현대그룹이 LG반도체 인수를 계기로 그룹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아자동차에 이어 LG반도체, 한화에너지 인수 등에 따라 부풀려진 덩치를 다이어트하지 않고는 세계무대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현대가 8일 발표한 구조조정 계획에 따르면 현대그룹은 2005년 완전해체돼 연합 형태로 운영되게 된다. 2001년까지는 자동차부문이 그룹에서 분리되고 2005년까지 전자, 중화학, 건설, 금융 및 써비스 등 현대가 주력그룹군으로 선정한 나머지 4개 그룹군도 모두 그룹에서 분리해 외형적으로 현대그룹을 완전해체시키겠다는게 주요 골자다.
이들 5개 소그룹은 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의 2세들이 나눠 경영하게 된다. 자동차는 정몽구(鄭夢九)회장, 전자·건설·금융 등 3개 소그룹은 정몽헌(鄭夢憲)회장, 중공업은 정몽준(鄭夢準)의원으로 자연스레 구획이 정리될 전망이다.
정유와 제철에 대해서는 중공업이 주축인 중화학업종에 포함되어 있지만 아직 소속 및 처리방향이 명확하지 않은 실정이다.
현대는 이번 구조조정으로 2세들의 재산 분할상속까지 동시에 이루게 됐다. 현대는 이들 5대업종 선정배경에 대해 업종별로 세계 10위권에 들어간 사업만 골라냈다고 덧붙였다.
자동차는 현대와 기아의 합병으로 세계 9위에 진입하게 되며 전자는 LG반도체와 통합으로 반도체부문서 세계 2위업체로 도약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건설은 현대건설이 이미 세계적인 업체로 부상했으며 특히 해외건설부문은 세계 12위권에 랭크돼 있는데다 금융 및 써비스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현대의 의지가 실려있다는 것.
이에 앞서 올 상반기에는 계열분리, 청산, 합병 등의 방식을 통해 매출 9조4,259억원, 자산 13조8,360억원을 줄이고 하반기에는 계열사 매각 등을 통해 매출 10조9,897억원, 자산 19조1,070억원을 줄이겠다는게 현대측의 복안.
특히 올 하반기에는 현대전자의 통신 및 LCD 등 비반도체부문을 매각하고 계열사 가운데 1조원 이상의 자산을 가진 알짜배기 회사중 3~4개를 매각하겠다고 이날 약속했다. 어떤 회사가 매각대상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다.
이같은 계획이 완료되는 2000년초 현대의 외형은 98년 현재 매출액 93조2,818억원에서 약 21.9%가 줄어든 72조8,000억원대로 축소된다. 또 자산도 98년 현재 101조749억원에서 32조9,430억원(32.6%)가 감소된다고 현대측은 설명하고 있다.
현대는 기아 및 LG반도체 인수, 남북경제협력 사업 등에 들어가는 자금조달 방법도 제시했다. 부동산 매각과 주식 매각 등 자산매각과 우량기업을 중심으로 한 유상증자, 해외증권 발행에 의한 직접자금 조달 방식으로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가 이날 발표한 내용에는 구체적인 계열사를 적시하지 않고 있어 구조조정에 대한 압박이 없다면 언제든지 백지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 그룹들은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현대내에서조차 이날 현대의 구조조정 계획은 LG반도체 인수이후 현대에 집중되고 있는 따가운 시선을 피하기 위한 「면책용 립서비스」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특히 현대의 자산과 매출이 올해말이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부분은 LG반도체와 한화에너지, 기아자동차 등의 자산과 매출액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현대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대는 이에 앞서 현대정공과 현대정공, 현대자동차의 공작기계 사업부문을 통페합하겠다는 방침을 밝혀왔고 현대전자 전장품사업도 현대엘리베이터에 이전키로 해왔지만 모두 백지화하고 원상회복시킨 바 있다. 【연성주·정승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