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인터뷰 전문] “대화와 타협이 문제해결 원칙”
입력 2003.05.29 00:00:00
수정
2003.05.29 00:00:00
■ 인터뷰 전문
굉장히 바쁘실텐데 시간을 내주셔서 고맙다. 바로 시작해도 되겠나. 대통령이 워낙 달변이니까 가급적 짧게짧게 답변해주면 저희 기자들이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되겠다. 우선 쉬운 것부터 질문하겠다.
대통령: (웃으며) 쉬운 게 없을 것 같은데….
대통령이 취임한 지 3개월도 안돼 갑자기 대통령직 못해먹겠다고 말씀해 놀란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실제로 어려운 일을 많이 겪으면서 어려움을 토로한 것인지, 아니면 세간에는 대통령이 일부러 의도적으로 그런 말을 했다는 시각도 있다. 거기에 대해 대통령의 진의를 듣고 싶다.
대통령: 별로 심각하게 한 이야기가 아니다. 대체로 그 이야기를 신문을 통해서 전해본 사람들은 좀 걱정스럽게 이야기를 하고 텔레비전 화면을 직접 본 사람들은 분위기를 다르게 느낀 것 같다.
기자들이야 지근거리에서 보겠지만 국민들이야 신문 방송 매체를 통해 보겠는데 그동안 대통령 말씀 중에 내가 이렇게 직을 맡아서 애를 쓰고 노력도 했는데 많은 사람이 고마워하긴 커녕 도리어 더 비난만 해서 배신감을 견디기 어렵다는 그런 말씀도 있었다. 대통령이 실제 일을 맡으면서 어떤 일에 배신감을 느끼는지, 역으로 대선 때 대통령을 지지했던 국민들 가운데 전체는 아니겠지만 일부는 도리어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배신감 느낄 수도 있을 텐데 그런 분들은 또 앞으로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대통령: 그렇지 않다. 배신감 느끼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말한 것도 아니다. 그렇게 제가 순진하지도 않다. 구체적으로 공무원 노조와의 관계에서 지난 연말까지 대개 직간접 대화를 통해 확인되고 약속된 부분이 있는데 그 약속보다 좀더 나아가서, 좀더 전향적인 정책을 내놨는데 걷어차 버리고 완전히 노동3권을 다 내놓으라고 새롭게 시작하니까 이렇게 해서 되느냐, 그때 아마 배신감이란 말 썼는지 모르겠다. 국민들을 상대로, 지지자를 상대로 항상 모든 사람 의견이 획일적으로 일치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때그때 다소 섭섭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고, 그걸 가지고 배신감 느끼고 할 정도로 그렇게 순진하지는 않다. 그때도 못해먹겠다고 해서 문장이 끝난 게 아니라 못해먹겠다는 위기감마저 든다고 이야기한 것인데 그 나름대로 메시지가 있다.
지금 상황을 보면 옛날 권위주의 시대와 달라져서 그렇기도 하지만 노사관계를 비롯해 사회적 갈등이 곳곳에서 터져나와 대통령도 대처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은데 각 분야에서 터져 나오는 갈등이 원인이 어디에 있고 앞으로 어떻게 해소해 나갈 것인지 기본방침을 말해 달라.
대통령: 모든 갈등은 다 뿌리들이 있다. (잠시 생각한 뒤) 서로 상대를 이해하고 성실히 대화하고 조금씩 양보하고 타협하는 것이다. 별다른 무슨 묘수가 있는 것은 아니고, 비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것을 원칙으로 삼고 성실히 임하는 것이다. 대체로 갈등이, 지금의 상황이 아주 심각한 것처럼 다들 이야기하지만 여느 정권의 초기나 다른 해에 비해 올해가 특별히 사회적으로 혼란하거나 심각한 상황은 아니지 않나. 다만 신문의 기준이 좀 달라졌다. 신문이 상황을 보고 평가하는 기준이 많이 달라진 모양이다. 실제 내가 보기엔 그전보다 갈등이 훨씬 많거나 더 심각한 것도 아닌 것 같은데 보도들을 보면 아주 심각한 것으로 돼 있다. 나는 그렇게 본다. 그리고 실제로 또 올해 다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상황들이 발생했는데 이런저런 비판이야 받고 있지만 대화로 잘 해결되고 있지 않나. 제가 짧은 판사 생활이었지만 들은 이야기 중에 많은 법조인들이 공감하는 이야기중 하나가 어떤 명판결 보다 화해가 그중 낫다고 하더라. 그래서 너무 양보한 것 아니냐고 하지만 나는 그것이 공권력으로 수백명을 해고하고 사법처리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이 있다. 내가 원칙대로 이번에 전교조 문제는 한번 단호하게 하자고 했는데 협상의 일선에 나선 사람들이 옛날에 그 사람들하고 날카롭게 대립했던 사람들이 아니고 서로 공감하고 이해하던 사람들이고, 그러다보니 모질게 못하는 것 같더라. 예를 들면 이번에 문재인 수석도 끼고, 이미경 의원도 당을 대표해서 나오고 했는데 이 사람들에게 이번에는 아무리 법대로 하자고 해도 잘 안되는 모양이더라. 교육부 장관도 민교협 교수 출신이다. 그러니까 자꾸 그런 경향이 있다. 나쁘게만 볼 일은 아니다. 그러니까 서로 대화가 됐고 결과에 대해 이의들이 있더라도 풀린 것이 안풀린 것보다 낫다. 그렇게 생각한다. 갈등 부분은 사실은 취임 초기부터 리스트를 만들어서 관리하고 있다. 그 모든 부분에 대화를 요구했고 그냥 대화가 아니라 시스템을 만들자고 제안하고 지시했고 그렇게 관리하고 있다. 오히려 잘 작동하고 있는 면도 있다.
대통령이 시스템으로 대처한다고 말했는데 대선 때 대통령이 책임총리제를 도입해서, 웬만한 행정문제는 총리가 책임지고 하고 대통령은 큰 것을 맡는다고 했는데 최근에 화물연대나 네이스 관련 보도를 보면 주무 부처 장관들은 잘 안보이고 대통령이 직접 나서건 아니면 청와대 보좌진이 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러면 대통령과 총리의 역할분담이 원활히 이뤄지는 건지 의구심이 든다.
대통령: 예를 들면 화물연대 파업 때 저는 한두번 발언했을 뿐이고 총리는 다섯번 여섯번, 아니 다섯번 여섯번까지는 아니지만 여러 차례 관계장관 회의를 주재하고 부산까지 가시고 했다. 다만 우리 언론의 속성이 국민에게나 언론에나 대통령만 보이는 거다. 기록을 한번 보시라. 총리가 엄청나게 노력을 했다. 총리 발언은 부각되지 않고 대통령 발언만 부각되는 것이다. 네이스만 해도 제가 최초 발언이 언제냐. 그렇게 네이스 문제를 놓고 교육부 장관이 전교조 만나고 여러 사람과 협상을 진행하는 동안 나는 발언하지 않고 있었다. 최초 발언이 지난번 1주일 전 무렵이었다. 최초 발언이 최근이었다. 이젠 거의 막바지 와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지침을 준 것이다. 지금 이렇게 집단의 힘으로 밀어붙이겠다고 하는 이런 경향에 관해서 단호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지침을 준 것이다. 그것 외에 내가 한 것이 없다. 그것이 팀플레이 아니냐. 결과가 지나서 편안하게 이야기하는 것인데, 대통령이 원칙에 입각한 지시란 것은 원칙이기도 하고 전략적 의미도 있는 것아니냐. 팀플레이 잘되는 것 아닌가. 실제로 총리는 여러 차례 네이스 관계 회의를 했다.
화제를 조금 돌리겠다. 최근 안희정씨 사건이나 대통령의 형님 관련해서 언론과 한나라당에서 여러가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요지는 대통령의 정치자금이나 대선자금에 관련된 것이다.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말해줄 수 있나. 아니면 어느 기회에, 이전에는 안희정씨 관련해선 기소하고 나면 대통령의 입장을 충분히 국민에게 설명하겠다고 했는데.
대통령: 내일 제가 기자회견 하기로 했다. 기자회견을 통해 형님 부동산 문제, 생수사업에 관련된 문제를 다 밝히려고 한다. 이 보도하고 시차가 안맞는데,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청탁도 대가도 그밖의 어떤 정치자금이나 불법적인 것은 없다. 제가 생수사업을 하다가 실패해서 나도 손해보고 내 주변 여러 사람들이 여러개 담보로 보증을 섰다가 부동산을 담보로 다 날리고 손해를 많이 봤다. 그 처리과정에서 생겼던 여러 일들을 단편적으로 들고 나오니까 이것저것 의심스럽게 보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인의 여러 거래행위가 다 정치적 거래만은 아니며 순수한 경제 거래일 뿐이다. 청탁이나 정치자금이나 범법 등과 관계없다. 그러면 왜 그걸 가급적이면 밝히지 않길 원하느냐. 나도 사업에 실패한 게 자랑스러운 일도 아니고 사업 하면서 여러 사람과 거래하고 도움도 받고 하는데 나 때문에 담보 보증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이 있는데 그 사람들 다 개인적으로 사적 생활이고 밝혀지길 원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나도 가급적이면 밝혀지지 않길 바라는데 이미 형님 같은 경우는 사생활이 완전히 파괴되고 없더라. 집에도 못들어가고. 어쩔 수 없다. 내가 대통령이니까. 안희정씨 문제 그건 할 말이 있지만 약속대로 기소된 뒤에 이야기하겠다.
이번 사건들을 보면서 구시대적 정치에 물든 사람이나 깨끗한 정치 하려는 사람도 최소한의 돈이 필요하니까 거기서 완전히 자유롭기는 어렵다. 돈 안드는 정치를 구현하기 위한 정치개혁이 앞으로 중요한 과제가 될 것 같다. 앞으로의 복안은?
대통령: 지금 의혹이 제기되는 문제와는 별개로, 나 또한 정치자금의 문제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동안 경선과정에서도 경선비용에 관한 문제를 질문받고 다 소상히 밝힐 수 없음을 이해해달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 뒤에 대통령에 당선된 다음에 대통령으로서 적절치않다는 우려를 무릅쓰고 정치개혁팀을 만들어 투명한 정치자금 운영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바꿔보자고 제안하고 지난번 국회연설에서도 제안했다. 해보니까 제가 제도를 어떻게 해볼 처지가 아니더라. 아직도 미련 가지고 있다. 정치자금 제도는 다시 한번 제안해보고 싶은 미련 있는데 주변에 관심들이 없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민주당이 신당 창당 문제로 흔들리고 있다. 대통령은 당정분리 원칙에 따라 언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민주당 내분이 장기화되니까 국민들도 진저리를 내는 것 같은데 대통령이 이 시점에서 입장을 표명하는 게 책임있는 자세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또한 지난번에 이메일을 통해 잡초론을 이야기한 적도 있는데 내년 총선을 통해 정치지형이 어떻게 바뀌리라 기대하나?
대통령: 잡초론은 대선후보가 되기 이전부터 강연 때 단골로 썼던 유권자들에 대한 일반적 원론적 호소였다. 유권자도 책임 좀 져달라는 취지로, (웃으면서) 우리 어머니는 농부였다, 곡식을 가꾸는 농부에 비유해서 유권자의 역할을 강조하는 일반론적인 의미 이상이 아니었는데 시기적으로 민감한 사항이 있더라. 당 문제에 관해서 저도 생각이 있지만 무슨 말을 하면 일파만파 시비에 휩쓸리는 게 보통이다. 그때부터 공작설이 나오기 시작한다. 대통령이 아무런 공작할 수단을 갖고 있지 않은게 현실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이 작용하면 공작으로 이 현상을 몰고가고 싶어한다. 일부 한때 잠시 보도를 그런 방향으로 몰고갔던 적도 있다. 개인 의견을 이야기 안해도 당이 다 알아서 할 일이고 괜히 공작설이나 나올까봐 말을 하지 않고 있다. 내년 총선에 어떤 정치지형을 원하느냐. 나는 어느 쪽이 과반수냐 이것보다 지난번 대정부 국회 연설 때 밝힌 게 간절한 소망이다. 제도를 개편하든, 정당이 스스로 개혁하든 결과적으로 어느 한 지역에서 어느 당이 의석의 3분의 2를 독식하지 못하도록 또는 독식하지 않는 정치적 환경이 만들어지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그렇게 되면 어느 쪽이 다수당이 되든 견뎌나갈 수 있다. 그 지형이 아니니까, 이 지형 위에선 제가 다수당 위에 있더라도 지역의 대통령이 될 수밖에 없지 않나. 저는 당 소속이 될 수 없다. 어느 당에도 충실할 수 없는 당원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느 당에) 충실하면 지역 대통령이고, 지역 대통령을 안하려면 당에 충실할 수 없는 그런 고민이 있기 때문에 여대다 여소다 이 문제보다는 지형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소수당이라도 지역당의 대표, 지역 대표라는 혐의를 받지 않으면 대통령 하기가 수월할 것이고 아무리 다수당이라도 지역대표라는 의심을 받으면 어려워진다. 정당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제 위치가 달라질 수 없다.
대통령 취임 전이나 취임 직후에 분배와 성장 가운데 분배와 복지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였는데 그 생각에 변함없나.
대통령: 그렇다. 분배와 복지는 어려울 때일 수록 더 중요하다. 경제성장에 부담이 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비슷한 말이지만 경기가 나쁠 때 더욱 고통받는 사람이 서민층이다. 대통령이 내각에 지시했지만 (관료들을) 만나서 들어보면 뾰죽한 방책이 잘 없다고 한다. 서민생활 안정을 위한 복안은?
대통령: 서민생활에 최대의 적은 불경기다. 그리고 급격한 경기변동일 수록 서민피해가 더 커진다. 그래서 (생각을 가다듬는 듯이 귀를 만지면서) 경기를 회복시키는 일이 첫번째로 중요한 일이다. 그 다음에 경기가 나쁠 때 자칫 부동산 부양책을 쓸 수 있는데 이것은 정말 서민에겐 극약이다. 그리고 경제체질도 나쁘게 만들기 때문에 부동산 주택가격 등을 안정시키는 게 기본이다. 그리고 물가 안정…. 이게 기본이고 그밖에 서민들에게 해야 하는 정책들은 가짓수가 원체 많아서…(미리 준비한 자료를 꺼내 만지면서 웃음). 지금은 신용불량자라든지 서민가계금융을 중심으로 해서 잘못하면 서민들의 가계가 붕괴될 우려가 있다. 이 대책이 제일 중요하다. 그러나 이 부분은 금융시장 질서나 원칙과 맞물린 문제라서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도 특별히 강조하고, 서민가계가 붕괴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제가 무슨 안을 하나 냈는데 경제팀에서 시장원리를 이완시키고 도덕적 해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거부당했다. 그런데 곰곰 생각해보니 도덕적 해이 우려 없을 것 같아 다시 제안해볼까 하는데 대통령이 뭔가 연구해보라고 하는 것은 편안하게 할 수가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을 제안하는 것은 자칫 잘못하면 엉뚱한 방향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조심스럽다. 그래서 한쪽에 넣어두고 어떻게 한번 제안해볼까 고심하고 있는 중이다.
신용불량자 일괄사면과 비슷한 내용인가?
대통령: 그런 것이 아니고, 제가 갖고 있는 생각은 가계신보제도의 창설이다. 결과적으로 전 금융기관이 보험료를 갹출해서 신용보증기금을 만들고 신용불량자들이 신용불량을 해소하고 일상적인 경제할동으로 돌아가는 기회를 주고 그렇게 해서 재생능력이 있는 사람들을 쉽게 구제해보자는 것인데, 이 제도가 아무리 생각해도 도덕적 해이와 관계없는 것 같은데 있다고들 그런다. 경제 전문가들이 아니라고 하니까 지금은 아닌 거다. 대통령 아이디어라도 아닌 것은 아니다. 당분간 아닌 것으로 보류해둘 수밖에 없다. 계속해서 연구해볼 문제이긴 하지만…. 지금 가구당 한 사람만 있으란 법은 없지만 얼추 잡아보면 전 가구의 20% 가량, 글쎄 한번 계산해보면 10% 넘을 것 같다.
경제활동 인구 8명중의 한 명꼴이다.
대통령: 그렇다.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어떻든 제가 아이디어를 내서가 아니라 정부로 하여금 이 문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쪽으로 심각하게 대응하고 있다. 쉽지는 않다.
지금 정부가 부동산 대책이라고 내놓고 있지만 땜질식으로 하나하나 해선 잘될 것 같지 않다. 과거의 토지공개념을 다시 생각해볼 의향은 없나?
대통령: 옛날에 유시민씨가 저한테 어떤 사회정책적 목적의 정책이라도 가급적이면 시장친화적 방법을 써야 성공할 수 있고 시장 매커니즘에 맞지 않는 정책은 또다른 탈법, 편법을 낳아 시스템 장애를 불러온다고 이야기해준 적이 있다. 그 말이 맞다고 본다. 그래서 공개념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말해서 복잡한 추측을 불러일으키는 것보다 보유세 제도를 강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다음에 세제에서 양도소득세 면세 부분이 많은데, 면세되는 건 좋은데 거래가격이 노출되지 않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면세 되더라도 거래가격은 노출되도록 하는 시스템을 통해 막아나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부동산 대책은 보유세 제도가 제대로 갖춰지면 상당히 효과가 있으리라고 본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부동자금이 갈 곳을 마련해주는 대책이 중요한데 이 점에 관해선 언론이 도와줬으면 한다. 대통령이야 밉더라도 국가는 소중하지 않나. 이처럼 비관적인 제목으로 경제를 깔아버리면 올라가던 경제도 가라앉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위기란 말을 함부로 쓰는 게 아니다. 미국에선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해야 위기 징후로 받아들이는데 우리는 못해도 3% 성장을 하는 마당에 위기라고 해서 위기감이 고조되는데 누가 투자하려고 하겠나. 그러니 부동자금은 더 갈 데가 없다. 국민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이때가 투자 적기다. 부동산 말고….
재벌정책이 정권 바뀔 때마다 계속 나온 것은 잘 안되기 때문이다. 참여정부에 대해 재벌정책 관련 기대가 컸는데 아직 별다른 성과가 없는 것 같다. 그리고 방미 때 재벌 총수들과 처음으로 직접 만나 이야기하면서 받은 느낌이 있을 텐데. 재벌개혁은 어떻게 해나갈지?
대통령: 지금 3개월이다. 효과있는 정책은 3개월만에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 다음에 재벌정책과 제일 관계있는 것이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위원회라고 생각한다. 여기에서 입법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집행을 주로 하지만 정책도 나오지 않나. 중요한 곳이다. 여기에 의지가 있는 사람이, 확실한 의지가 있는 사람이 책임을 지고 있으면 그때그때 정책은 나온다고 본다. 실효성 있는 정책이 나온다고 본다. 간판만 그럴 듯한 정책이 아니고, 또 추진된다고 본다. 이 두 자리의 책임자을 선임할 때 각별히 이 부분에 원칙을 갖고 있는 사람을 선임했다. 이게 가장 중요한 것 아니냐. 백 마디 제도를 이야기하는 것보다 확실하게 일할 사람을 그 자리에 책임자로 맡겼다. 그 다음에 구체적인 정책에 관해서는 집단소송제가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정부 안만 해도 많은 예외적인 제도를 두어서 남소 가능성을 배제했는데 여기다 소송 자체가 불가능하도록 여러가지 조건들을 국회에서 붙이려고 하고 있으니까 이 부분은 답답하다. 제가 지금 여기에 집중해서 여론을 모아갈 여유가 없다. 다른 급한 일을 다 해소하고 이 문제에 집중할 때 여론 모으도록 하겠다. 다음에 재벌 총수들이 미국에 동행했는데 참 고맙게 생각한다. 그분들과 함께 동행하면서 그분들과 같이 있는 자리에서 미국에 대해 보낸 메시지는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질서였다. 투명하고 공정한 질서를 위한 시장개혁을 단호하고 강하게 이야기했다. 그분들도 그 내용을 다 아시면서 함께 동석했다. 지금 제일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이 회계투명성에 관해서 의심들을 가지고 있지만, 이 부분은 시간표를 만들어서 반드시 보통의 기업들이 감당할 수 있게, 그러나 반드시 추진하는, 시간표를 만들어서 안을 내라고 지시해두고 있다.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투명성을 해나갈 것이다. 다만 지배구조에 관해선 아직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지배구조에 관해 저도 혼돈스럽다. 예를 들어 국민은행 지배구조, 주택은행 지배구조, 케이티 지배구조, 포철의 지배구조, 한국수력원자력 즉 한수원의 지배구조마다 각기 어떤 것은 공기업에서 출발했고 어떤 것은 사기업에서 출발했고, 또 삼성은 그 나름의 지배구조를 갖고 탄탄하게 경영하고 있고…. 혼란을 느낀다. 지배구조의 문제점은 여러 사람이 이야기하지만 합리적인 모델에 관해서는 누구도 저에게 답을 안주더라. 여러 사람에게 의견을 구했는데 지배구조에 문제가 많다고는 말하지만 답이 뭐냐고 하면 딱히 안주더라. 그런데 지난번 뉴욕 증시에 갔더니 그랏소 회장이 우리는 감사위원회와 사외이사 두어 토론과 합의구조를 가졌느냐 안가졌느냐에 따라 규제한다고 하기에 제가 그것 한번 연구해봐야겠다고 하고 온 수준이다. 그만큼 참 어려운 문제다.
조흥은행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독자생존이 불가능하다고 보는지?
대통령: 제가 조흥은행 쌍방 당사자를 모아놓고 토론 한번 해보고 싶다고 이야기했는데 우리 청와대나 정부 참모들이 적절치 않다고 하지 말라고 한다. 대통령이 자꾸 나서면 안된다고 대통령만 보인다고 근래에 집중적으로 언론한테 지적받았다.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결재 도장만 찍으라고 해서 지금 제가 자유롭지 않다. 저는 아직도 대통령이 무슨 일이든 전면에 나서서 관심있는 일에 아무 데든 가서 하나씩 문제를 직접 접하고 해결할 수도 있다. 꼭 큰 사건, 비중있는 사건이 아니더라도 그때 적용한 방안이 하나의 좋은 모델이 될 수도 있지 않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 크다 작다보다 대통령이 관심있는 일에 나서서 잘되면 본보기로 삼는 것도 좋다고 생각하는데, 지금은 여론과 함께 수세에 몰려있기 때문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조흥은행 관련해선 제가 위원장하고 합의했던 일이 있다. 위원장은 자꾸 독자생존을 합의한 것처럼 이야기하는 데 그건 아니고 공정한 제3자에 의해 평가하고 그 결과를 놓고 독자생존이 가능한지, 적절한 지 여부를 다시 한번 논의하자고 했는데 평가과정에서 정부의 개입 있었다고 자꾸 주장하고 정부는 개입이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 문제를 알아보자고 그 당사자들을 부를 수도 없는 게 제 처지다. 대개 그러고 있다. 이 일은 정부에 맡기련다.
재벌총수 여러분을 직접 보고 느낀 점은?
대통령: 그분들이 저를 굉장히 불안하게 생각하다가 안도하는 것처럼 느낀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이 체제하에서 경제를 다시 한번 해보자, 협력하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지난번 미국 방문에 다들 동행해줬는데 동행 취지는 미국 경제계, 한국 재계와 미국 재계가 협력해서 경제를 일으켜 보려 한다는 메시지를 준 것이 성과 아닌가 싶다. 또 한편으로는 그분들은 참여정부 경제정책에 비판적 문제제기도 많이 한다. 그런 것들은 서로 대화하고 때로는 다투고 적절하게 서로 조화해갈 일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에 다녀온 다음에 대통령 말씀 때문에 찬반이 엇갈려 지금까지 후유증이 있다. 당선자 시절과 취임 이후 취했던 태도와 차이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방미 전후에 무슨 사정이 있었나.
대통령: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우선 선거 때 많은 사람들이 혹시 제가 반미 성향이 있는가 기대한 것 같은데 본시 저는 반미적 성향은 없었다. 김대중 대통령(야당 시절에) 대변인을 하면서 주한미군 문제와 관련해 입장이 정리돼 있었고. 그러나 또 매사 미국 눈치만 봐선 안된다고 생각한 것도 사실이다. 당선되고 나서 제가 미국, 말하자면 구체적으로 누구 이야기는 아니라도 미국 신문에 자주 이름이 오르내리는 사람들과 각이 서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 무력사용 안된다. 지금도 미국에서 같은 톤으로 무력사용 이야기가 빈번하게 나온다면, 그것이 우리 국민에게 불안감과 위기감을 조성한다면 저는 또 무력사용은 안된다고 말할 것이다. 그런데 그 이후에 미국이 무력사용 이야기는 접어놓고 평화적 해결을 계속 반복하고 있었다. 제가 취임할 때쯤 해서는. 평화적 해결만 계속 반복하고 있는데 거기에 대고 제가 무력사용 안된다고 계속 외칠 이유는 없지 않나. 고맙다고 해야지. 미국쪽에서 전해오는 메시지의 느낌이 달라졌기 때문에 저도 거기에 대한 대응이 달라진 것이다. 이 흐름, 평화적 흐름에 쐐기를 박자는 게, 그것이 방미의 목적 아닌가. 어떻게 쐐기를 박냐. 미국과 돈독한 우호관계를 갖고 대북정책 모든 것에 대해 우리와 사전에 협의하자, 우리는 당신들과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 협력하자고 하는 것을 갖고 갔다. 그런데 미국 사람들이 한국을 칭찬하기에 저도 미국을 칭찬했다. 주거니 받거니 칭찬했는데 조금 오버했다, 오버했다는 표현이 조금 어떨 지 모르겠는데, 조금 그 말은 안했으면 하는 것도 없지 않아 있지만 저는 변화라기보다는 상황의 변화에 따라 대응이 그렇게 되어간 것일 뿐이다. 현실의 정책 담당자는 해야될 일 열가지를 다 못하고 그중 가장 바쁘고 가장 중요한 것 하나부터 시작하게 된다. 지금 한미관계라든지 가장 바쁜 것 한 가지, 북핵문제, 평화적 해결에 초점을 맞춰 일하고 있다. 북핵 문제 해결과정에서 남북관계도 깨지고 이렇게 모든 것이 깨지는 게 우려되어서…. 굳이 왜 미국에 고분고분 좋은 말만 했냐? 북한에 대해서도 그렇게 한다. 고분고분 좋은 말만 한다. 김정일 위원장에게도 왜 할 말이 없겠냐? 할 말이 있어도 함부로 말하지 않고 다 좋은 말로, 좋은 말로 한다. 북한에 대해서도 미국에 대해서도 좋은 말 하고, 그렇게 해서 한반도에 평화 분위기 조성하고 평화 분위기에서 핵 문제 해결하고 그 다음에는 한국의 국민들과 훌륭한 지도자들이 또 다음 단계로 가는 것 아니냐. 너무 욕심들이 많은 것 같다.(웃음)
가정법 질문이지만, 북한 핵재처리가 마무리 단계라고 거듭해서 자꾸 이야기하는데, 그렇게 상황이 더 악화되면 미국이 제재나 봉쇄로 나올 가능성도 있어 보이는데 우리 정부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나?
대통령: 불행한 상황에 대한 대비는 말없이 해야 하는 것이고, 해보니까 그 것 같다. 불행한 상황을 가정한 질문에는 답변해서 득보는 일이 한번도 없다. 항상 사고가 나더라. 불행한 상황에 대해선 조용히 모든 상황 가정해 대비할 뿐 말하지 않는 게 좋은 것이다. 그런 불행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게 제 책임이다.
북한이 김대중 대통령과의 남북정상회담에서 채택한 6?15 공동선언을 현 정부가 이행할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대통령도 북한이 하자는 대로 하진 않는다는 발언 등으로 미뤄 햇볕정책을 수정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다.
대통령: 상호주의를 하자는 뜻은 아니다. 서로 갖춰야 할 예의는 좀 갖추자. 상호존중의 태도를 갖고 신뢰를 바탕으로 좀 원칙있게 대화하자. 어느 날 갑자기 안나와버리고 그런데 원칙 없이 자꾸 고개 숙이고 할 필요는 없다. 이번에(남북 경제협력추진위원회 회의) 가서 회담 안돼도 좋으니 회담은 원칙대로 하고 비료는 회담 결과와 관계없이 보내라. 쌀 문제도 마찬가지다. 조건 걸지말고 비료와 쌀은 생존문제니까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하는 것이니까 조건을 걸지 말라. 너 하나 들어주면 하나 해주고 하는 식으로 하지 말고 그냥 보내주고 나머지 문제는 예의를 존중하고 약속을 지켜가면서 하자, 그런 이야기다. 그 다음에 핵문제가 악화되면 남북관계도 영향을 받지 않겠느냐. 그것도 가정적 예측인데 이득되지 않는 말중의 하나인데 당연한 사리를 말한 것중의 하나다. 예를 들면 북한이 핵무기 갖고 있다. 재처리했다 하면 국민이 제가 단돈 10원이라도 주는 것을 용납하겠냐.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 것이지 뭐 하면 뭐 하고 그걸 무슨 지렛대로, 남북 경제협력을 지렛대로 선수칠 생각은 없다.
곧 일본에 가는데 일본 보수세력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북핵 문제를 빌미로 평화헌법을 벗어던지려는 움직임도 있다. 국민들 입장에선 기분이 좋지 않다.
대통령: (웃으면서) 어떻게 대응하면 좋겠나.
(웃으면서) 가서 혼내주고 오면 좋겠다.
대통령: 이 문제는 참 오랫동안 많이 생각해봤다. 동북아시아의 새로운 미래,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미래를 국민에게 제시하고 그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 우리 모두 노력하고 그 방향 걸림돌 되는 일은 하지 말자, 이런 방향으로 이야기하려고 한다. 왜 평화헌법을 파기하냐. 왜 군비 하냐, 이것 하나하나 일본에 감정적으로 지적하면 그것이 일본의 자성하는 계기가 되지 않고 오히려 일본 국수주의자를 더욱 뭉치게 하는 빌미가 된다. 지금까지 한일간에서 한국의 강경발언이 일본의 여론을 부드럽게 만든 일이 없었다. 한국의 강경발언이 항상 일본 강경파 입지를 강화시켰다. 저는 자극적인 대응은 하지 않으려 한다. 지금까지 제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반일 감정이 한창 끓어오를 때도 나는 국내용 발언을 한번도 적이 없다. 국내용으로 외국을 비판하거나 하는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다. 굳이 이야기한다면 책임있는 사람과 은밀히 만났을 때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미 일본에서 몇몇 손님이 왔을 때 신사참배 문제라든가 정중히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국민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발언은 결코 유익하지 않다.
대통령이 미국 가서 한반도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게 중요하니까 굳이 말씀을 자제했다고 하는데, 대통령이 돌아온 다음에 고이즈미 총리가 미일 정상회담을 한 뒤 일부 희화적 표현이긴 하지만 한국의 노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과 35분간 만났고 고이즈미 총리는 10시간 만났다는 비교가 나온다. 또한 대통령은 성의를 보였는지 모르지만 미일 정상회담 뒤 나온 성명을 보면 우리 때는 `추가적 조처`를 검토해볼 수 있겠다고 했지만 거기에는 `보다 강경한 조처`가 언급됐다. 국제정치가 그야말로 국력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니까 대통령이 여러 판단해서 발언했다고 하더라도 도리어 그게 역으로 미국과 일본의 보수세력에 끌려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다.
대통령: 전략적 판단의 문제다. 지난번 방미 직전에 언론사 논설위원들 초청했는데 전원이 가서 우호적 관계를 맺고 오라. 화기애애한 관계 맺고 오라고 하더라. 유일하게 한겨레 논설위원만 가서 따끔하게 할 말은 하고 와야 되는 것 아니냐고 이야기했다. 저로선 모험적인 선택을 하지 않고 다수 의견을 따른 것이다. 차제에 미국이 평화적 해결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모든 가정적 상황을 놓고 미국과 따질 일이 없었다. 당선 직후 무력적 수단 이야기가 빈번히 나올 때는 제가 단호히 이야기했다. 그 뒤 무력적 수단 이야기를 하지 않을 때는 나머지 문제를 우리가 양보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그때 상황에 따라서 할 말을 할 상황이 있고 그냥 덕담이나 해야 할 상황이 있다. 10시간이나 35분이나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미간 현안중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가 있다. 한반도 뿐 아니라 미국이 세계전략에 따라 재배치하는 문제일 수도 있다.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자주국방, 미국이 빠져나갈 문제에 대비할 필요성을 언급했다. 간단한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사회복지 문제와도 결부돼 있는데 자주국방 태세를 어떻게 끌어나갈 수 있나.
대통령: 주한미군은 주둔하는 것이 유리하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렇다. 동북아시아 전체 장래의 질서를 어느 쪽으로 예측하더라도 주한미군은 한반도 안정에 도움이 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또한 주한미군의 존재가 국내 정치에서 정치적 쟁점이 된다든지 미국의 정치적 카드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주한미군 없이도 안보에 지장이 없는 실력이 있어야 하고 국민들이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제가 선거 때부터 (보면) 지금까지 주한미군의 조그마한 변동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자주국방에 자신이 없다는 것이다. 이 상태로는 한국은 자주국가가 될 수 없다. 이것은 반드시 해소돼야 한다. 주한미군이 재배치될 거냐 철수할 거냐, 재배치든 철수든 아무리 빨라도 수년이 걸리는 일이다. 미국에 그 부분을 매달릴 게 아니라 그 기간 동안에 한국이 자주국방에 대한 자신감을 갖추어야 한다. 돈이 얼마 더 들고 덜 들고 문제가 아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국방비가 보통 나라 국방비보다 높지 않다. 지금 GDP 비율이 2.7% 정도인데 일반적인 국가가 3.2%쯤 쓰고 있다. 우리도 자주국방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미군은 미군대로의 역할이 있고 한국군은 한국군대로 역할이 있다. 자주국방할 자신도 없는 나라가 무슨 작전통제권을 내놓으라고 하나. 그것도 달라고는 할 수 있지만 그것부터 이야기하는 게 순서가 아니다. 우선 자주국방부터 갖추고 (해야 한다). 물리적 국방도 중요하지만 국민들 정신자세부터 바뀌어야 한다. 스스로 하겠다는 자신감과 태세를 갖추고 자주국방 태세를 갖추고 그 다음에 작전통제권 말도 하고 소파 이야기도 하고 해야 한다.
참여정부 들어 언론의 취재관행이 많이 바뀌었다. 브리핑 시스템이 도입되고 관료들에 대한 취재가 제한되고 해서 많은 불협화음이 있다. 반면에 김영삼 정부 때나 김대중 정부 때나 뭔가 개혁을 하려 해도 수구나 보수언론이 자꾸 딴지 걸어 못한다는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언론개혁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 생각인가.
대통령: 취재관행이 바뀌면서 여러가지 불편을 드린 점 미안스럽게 생각한다. 그리고 실제로 부처 책임자나 책임있는 공직자들이 브리핑에 활발하게 친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제도가 바뀌어서 불편이 더 크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정상상황으로 가는 과도기이니 서로 협력해서 정상적인 상태로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언론개혁과 관련해선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언론의 압력에 굽히지 않는 게 전부다. 언론의 압력에 굽히지 않는 대통령, 굽히지 않는 정부를 원한다. 너 한번 해보자라는 투의 기사가 많이 있다. 거기에 굽히지 않는 정부가 됐으면 좋겠다는 게 지금 생각의 전부이다. 정말 굽히지 않을 수 있을까라는 위기감을 느낀다. 공무원들이 불편하고 해서 이 불편을 감당하고 견뎌내줄 지 불안하고 걱정스럽다. 사실 보도에 관해서 대응을 다 해왔다. 판단에 관한 보도는 그야말로 부당하다고 느껴도 대응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혼선, 난맥, 구멍 등 많다. 우리 정부가 비틀거리고 있다는 수식은 다 나오는 것 같다. 제가 봐선 물새는 것 같진 않은데. 대응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대응까지 정부도 숙달돼야 한다. 당당하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 이건 특정 언론과의 문제도 있지만 이 과정에서 언론인들의 일반적 자존심을 건드려놓은 것 같아서 미안하기도 하고 불편이 많다. 한겨레신문도 좀 껄끄럽고….
지난 대선의 의미를 보면 대통령께서 우리 사회의 비주류 출신으로서 대통령이 되어 주류 비주류가 바뀌었다는 이야기도 많다. 그중 학벌없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이제 3개월밖에 안됐지만 많은 학부형들이 관심을 갖고 있고 사교육비로 많은 고생을 하고 있다. 학벌없는 사회를 어떻게 만들 생각인가?
대통령: 솔직히 말해 엄두도, 아직 시작도 못하고 있다. 여러가지 정책들에 밀려서. 그게 간단하게 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아직 착수도 못하고 있다. 그걸 다른 여러가지 측면에서 사회 차별들을 줄임으로써 결과적으로 그런 효과를 낼 지 모르지만, 그 문제 자체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고는 저 스스로도 자신하고 있지 않다. 다만 저같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 비주류적 사고를 갖고 원만하게 대통령을 끝낼 수 있었다는 그런 것이 학벌없는 사회에 약간의 고무적인, 약간의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대통령도 잘 아는 분들이 새만금사업 때문에 삼보일배를 하면서 서울까지 왔다. 반면에 이 사업이 지역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격렬히 지지하는 분들도 있다. 대통령은 묘안을 갖고 있나?
대통령: 제가 전라북도를 당선자 시절에 방문해서 새만금사업을 취소하진 않는다. 그러나 여러가지 문제들이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므로 새만금사업의 내용을 새롭게 구상해서 모두에게 발전적으로 기여하도록 내용 다듬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 새만금 신구상 기획단을 만들겠다고 하고, 바로 전북 출신인 민주당 정세균 정책위의장에게 부탁했다. 그런데 이 분이 신구상 기획단을 하겠다고 했는데 조금씩 늦어져서 여기까지 왔다. 이 신구상 가운데 전북도민들의 소망도 충족하면서 환경파괴 우려도 회피하면서 하는 대책 있을 수 있고 만들어내야 한다. 그걸 해낼 수 있어야 역량있는 국민이다. 그렇게 하려고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설명을 드려도 환경단체 분들은 전무 아니면 전부 식으로 당장 중단하라(고 한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 2년간의 검토 거치고 온갖 토론과 갈등을 겪고 내린 결정을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하루아침에 덜렁 공사 중단을 결정할 수 있겠나. 그렇게 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못들어드린다.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 그러나 당장 명령을 내려 즉시 해결하라고 하니 어려운 것이다. 잘 될 것이다. 각별히 고행 통해서 애쓰는 모습을 보면 안쓰럽지만 국가정책이 이런 방향으로 결정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금강산 관광 사업에 대해 문화관광부 보고 때 언급한 일이 있는데. 현대아산은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다. 금강산 관광을 활성화할 정부 대책은?
대통령: 현대아산이 할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서 지금 여러가지 복잡한 문제가 있으니 기업들에게 당신이 이걸 할 수 있느냐 없느냐 하기에는 기업 하는 사람한테 야박하기도 하고, 여러 사회적 시선이 집중되어 있으니 함부로 물어볼 수도 없다. 그러나 현대아산이 이 사업을 원활하게 진행하지 못할 때 그냥 내팽겨쳐지는 상황이 되어선 안된다. 혹시 현대아산에서 사업 진행이 여의치 않더라도 기왕에 관광공사가 여기에 참여하고 있으니 공기업으로라도 이것을 운영 발전시켜서 나중에 민영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하고 있다. 그러니까 나중에 불의의 사태에 대비하라 이런 뜻으로 말하고 있다.
<박찬일 대신증권 신설동지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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