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풍 부는 증권주

몸집 줄고 수익성도 개선… 목표주가 잇따라 상향조정
전형적 불황형 흑자 상황… 업체별 선별적 접근 필요



구조조정ㆍ비용절감 등 다이어트를 마친 증권사들이 올 1ㆍ4분기 수익성이 대폭 개선된 실적을 발표하면서 실적 문제아 딱지를 떼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올 1·4분기 긍정적인 성적표로 시작한 증권사에 대해 목표주가와 투자의견을 상향 조정하는 등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다만 대부분의 증권사가 수익성은 개선됐지만 매출액은 줄어들어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를 보인 만큼 증권주에 투자할 때는 업체별로 선별적인 시각을 가지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날까지 1·4분기 실적을 공시한 6개 증권사의 영업이익은 대부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전날 1·4분기 실적 잠정치를 발표한 KDB대우증권(006800)은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31.2% 증가한 613억원을 기록했고 삼성증권(296.94%), 한국투자증권(130.80%), 메리츠종합금융증권(94.7%) 등도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올랐다. 현대증권은 영업이익 17억원, 교보증권(030610) 40억원 등을 기록해 흑자전환했다.

증권사 전체적으로 봐도 순이익이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61개 증권사 전체의 1·4분기(1~3월) 당기순이익은 3,55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461억원)보다 910억원 줄었지만 전 분기(-2,828억원)와 비교하면 흑자전환했다. 지난해 1·4분기부터 4·4분기까지 당기순이익이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다 올 1·4분기부터 반등하고 있다.

긍정적인 성적표를 내놓은 이유는 증권사의 구조조정과 비용절감, 금리 안정화에 따른 자기매매 이익 증가에 있다. 금리가 안정화되면서 61개 증권사의 채권 관련 이익은 전 분기와 비교해 3,431억원 느는 등 자기매매이익이 1,850억원 증가했다. 채권관련손익은 늘었지만 주식관련손익에서 862억원, 파생관련손익에서 719억원이 전 분기보다 줄었다. 지점ㆍ인력ㆍ비용 감축 노력에 따라 판매관리비도 1,470억원이 줄었다. 증권사 직원은 지난해 12월 말 4만241명에서 올 3월 말 3만9,146명으로 줄었고 지점도 1,477개에서 1,380개로 축소됐다. 지속적으로 하락하던 주식거래대금이 전 분기보다 증가하면서 위탁수수료 수익도 364억원 늘었다.

가장 큰 영업이익 증가율을 보인 KDB대우증권의 관계자는 "올해 구조조정은 하지 않았지만 증권업 불황이 지속되면서 성과급 지급 축소 등 판매관리비를 줄였고 리테일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해 신규 고객 확보와 고객자산 증대 효과를 봤다"며 "트레이딩 부서에서 해외 채권 운용 관련 수익이 는 점도 수익성 개선에 한몫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올 1·4분기 시장은 여전히 박스권에 있었지만 1,900선 밑으로 내려앉은 적이 손에 꼽힐 정도로 적었기 때문에 주가연계증권(ELS) 등 금융상품 투자가 늘었고 운용이익도 지난해보다 개선됐다"면서 "지난해에는 채권 운용 손실로 손해 봤던 부분이 만회되면서 전반적으로 영업이익이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대부분의 증권사가 큰 폭으로 늘었지만 매출액은 반대로 거의 다 줄어들어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 구조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교보증권은 올 1·4분기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83% 줄어든 1,642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고 한국투자증권 역시 매출액이 37.82% 떨어졌다. 이 밖에 삼성증권(-32.54%), 현대증권(-4.9%), 메리츠종합금융증권(-1.1%) 등도 마찬가지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제조업과 동일한 잣대로 증권사 매출액을 볼 수는 없지만 기본적으로 영업이익은 늘고 매출액은 줄어들었다는 것은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를 보인 것"이라며 "증권업계가 다소 회복되는 모습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업황이 크게 좋아졌다고 오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부분의 증권사가 구조조정 실시와 판매관리비 축소로 수익성을 개선한 것이고 지난해 워낙 부진해 기저효과까지 겹치면서 이러한 현상을 보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증권주에 투자할 때는 업황과 관련 없이 꾸준히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내는 업체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혜진 교보증권 연구원은 "매출액이 줄고 영업이익이 많이 나오는 구조는 비용절감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한 것이기 때문에 업황이 크게 회복됐다고 보기는 어려워 업황과 관계없이 꾸준히 ROE가 높은 업체인 미래에셋증권(037620)·키움증권·한국금융지주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금융업이 가능한 메리츠종합금융증권의 경우 현재는 대출 실적이 좋아 수익성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종금사가 취할 수 있는 대출 한도를 거의 채운 상태이기 때문에 수익성 개선이 지속될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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