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용협동조합(신협)을 오는 2004년부터 예금보호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으로 예금자보호법을 개정하기로 한 것은 신협이 일종의 '계'의 성격을 띠는 상호부조형 금융기관이라는 점에서 당연하다. 신협이 예금보호 대상에 포함된 것은 영세 예금자를 보호한다는 취지였으나 이는 깨진 계금을 세금으로 메워준 꼴이다. 그래서 신협의 예금을 예금자 보호대상에 넣은 것은 지역구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압력에 의한 것으로 과잉보호라는 얘기가 일찍부터 있어왔다. 외환위기 전 1,669개였던 신협은 현재 1,268개로 400여개가 줄었으나 총자산 22조원에 530만여명의 조합원을 두고 있는 무시할 수 없는 금융기관이다. 그러나 1,268개 중 25% 정도가 경영상 요주의 대상이고 이중 188개는 자본잠식 상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같은 부실은 규모가 영세하고 경영이 방만한 데 일차적 원인이 있다고 하겠지만 예금보호제에 따른 도덕적 해이도 상당한 원인이라고 할 것이다. 이 같은 도덕적 해이는 은행이나 증권ㆍ보험 등 전체 금융기관에 해당하는 것이지만 감독의 사각지대에서 내부통제가 상대적으로 허술했던 신협의 경우는 특히 심했다고 할 것이다. 예금보험공사는 그 동안 신협의 부실을 정리하기 위해 2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그리고 신협과 상호저축은행의 부실정리를 위해 연말까지 1조5,000억원이 추가로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협의 부실정리 비용만도 3조원대에 이르는 셈으로 공적자금 관리부실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하겠다. 예금자보호법은 1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04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나 국회에서 처리가 지연되거나 유예기간이 길어질 경우 도덕적 해이를 부채질하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국회는 이 점을 특히 유의해야 할 것이다. 신협의 홀로서기는 경영혁신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래서 정부는 신협의 건전경영ㆍ투명경영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신협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은행의 대형화와 영업의 다각화로 인해 신협과 같은 영세금융기관의 존립기반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그렇지만 서민사회에서 계가 정착돼가고 있듯이 신용관리만 제대로 된다면 신협이 생존할 수 있는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신협측은 자체의 지급준비금 1조원과 보험료로 기존의 1인당 5,000만원까지 예금보호가 가능해 신용대란은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탓育?튼튼한 신협은 오히려 예금보호대상 제외로 영업여건이 나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다. 이는 신협업계가 자생력을 갖춰가는 것을 나타내는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정부는 회생가능성이 없는 신협은 과감히 정리하되 신협의 발전을 위한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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