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호 국민은행장이 쇄신 인사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국민주택채권 횡령과 도쿄지점 부당 대출 등으로 은행이 어지럽지만 당분간은 지금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의도다.
이 행장은 10일 최근 잇단 비리 사건에 따른 쇄신 인사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고민해야 할 이슈이고 현재로서는 구체화된 것은 없다"면서도 "보통 임원인사는 연말에 하는데 지금 임원들은 제가 다 임명한 사람이고 몇 개월 되지 않았다"며 연말 임원 인사가 큰 폭으로 이뤄지지 않을 것임을 내비쳤다.
당장으로서는 물갈이 가능성이 적음을 드러낸 셈이다. 1월에 있을 부점장 인사에 대해서는 아직 더 봐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행장은 직원 기 살리기를 준비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잇단 사건들로 직원들의 기가 꺾여 있다는 말에 "개인적으로도 직원들의 기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며 "아직 구체화된 것은 없지만 이에 대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대표적인 기 살리기 방안은 상여나 복리후생, 승진인사 등이지만 외부 시선이 따가워 어떤 당근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모든 업무의 성격도 재점검하기로 했다. 이 행장은 "사건 사고에 취약한 업무는 이미 분류한 뒤 이를 관리해왔는데 국민주택채권 처리 직원의 업무는 취약 업무로 인식되지 않아왔다"며 "국민주택채권 사례에서 보듯 '체크 앤 밸런스'가 필요한 업무가 있는지 하나씩 점검 중"이라고 밝혔다.
즉 횡령 사건이 발생한 국민주택채권 업무의 경우 해당 직원 혼자 업무를 처리하고 이를 직접적으로 관리·감독하는 인력이 없었다는 얘기다. 국민주택채권 업무가 취약 업무로 분류돼 견제와 균형이 이뤄졌다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뜻이다.
이 행장은 "업무별로 보면 혼자 해서는 안 되고 확인과 검토 과정이 필요한 것이 있다"며 "어떤 게 필요하고 어떤 일은 필요하지 않은지를 따져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국민은행은 유가증권 운용이나 외환 딜링, 신용평가, 대출을 위한 여신심사 같은 업무의 경우 부당행위 방지 서약서를 내고 유가증권 계좌 및 거래 내역을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