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산업 시대란/자동차·PC·조선수주·TDX·삐삐/‘가구당 하나꼴’ 됐다10,000,000(1천만).
97년과 1천만은 특별한 관계가 없어 보인다. 그렇지만 올해 주요 산업이 달성한 기록을 살펴보면 깊은 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1천만 산업」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 조선, 전전자교환기(TDX), 컴퓨터, 무선호출기(삐삐)등에서 올해 1천만과 관련된 기록을 세웠다. 자동차의 경우 70여년만에 누적보급대수 1천만대의 위업을 달성했고, 컴퓨터도 지난 89년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지 10년도 안돼 13배가 증가하는 폭발적인 보급을 기록, 누적보급 1천만대를 돌파했다. 전전자교환기에서 달성한 기록도 눈부시다. 지난 11월 6일 국산 전전자교환기 설치 1천만회선을 돌파하면서 세계적인 통신대국 진입을 대내외에 공식 선언했다. 무선호출기 가입자도 1천4백만명에 달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고속성장하는 나라로 연구대상이 되고 있다.
「1천만(대·명·회선산업」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대중화·생활화를 뜻한다=우리나라 인구는 4천4백만명(95년 11월 현재)에 달하고, 가구수는 1천2백99만에 달하고 있다.
따라서 1천만이란 곧 「가구당 하나」며, 「인구 4명당 하나」꼴이다. 이 정도면 보급에서 대중화단계에 접어들었으며, 우리의 생활속에 깊숙히 자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자동차, 전화, 무선호출기, 컴퓨터 등은 왠만한 사람들에의 생활에서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이는 자동차를 이용한 생활의 변화를 비롯 컴퓨터를 통한 정보화시대를 만끽하면서 생활의 질을 추구하는 단계에 진입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국제경쟁력 확보를 뜻한다=「1천만시대」는 그냥 이루어지는게 아니다.
수십년간 업계의 피나는 노력의 결과다. 그만큼 달성하기 어려운 기록이다.
따라서 이같은 기록은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자동차를 비롯 조선, 컴퓨터 등은 해외시장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수출주력 상품이다. 국내시장에서 확고한 기반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산업이 해외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되기는 어렵다.
자동차의 경우 세계 5위의 생산대국으로 부상한 것은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해외시장의 적극적인 공략이 주효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조선은 수주 1천만톤을 돌파하면서 국제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전전자교환기는 여러분야의 산업기술이 집약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산업연관효과가 매우 크다. 특히 필리핀과 베트남에 첫 수출된 이래 현재 러시아등 15개국에 모두 4백만회선 용량의 교환기를 수출, 5천억원이 넘는 외화를 거둬들였다.
◇무한경쟁을 뜻한다=보급 1천만대는 고도성장이 끝나고, 보급한계에 따른 본격적인 저상장시대에 진입했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동시에 국내업체는 물론이고, 해외기업과 치열한 경쟁을 통해 승패를 가리게 된다는 것. 또 보급이 한계를 보이면서 시장이 정체되면서 다양한 판촉기법이 나오게 된다. 자동차는 이런 현상을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80년대 후반부터 매년 두자리수의 고속성장을 한 자동차 내수시장은 지난해 사실상 제자리 걸음을 했고, 올해는 1∼2%의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내년에는 경기침체에서 벗어난다 해도 5%의 성장이 어렵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판매경쟁은 치열하다. 무이자할부는 말할 것도 없고 중고차보상제, 할부금유예제 등 다양한 판촉기법이 동원,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으나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구조조정기에 진입했음을 뜻한다=「1천만산업」은 본격적인 구조조정 단계에 진입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자동차, 조선, 컴퓨터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이미 보급에서 1천만 시대에 달한 가전제품 등 「1천만 산업」은 한결같이 생존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할 형편이다.
그중 하나가 바로 구조조정. 기아자동차는 법정관리 상태에 돌입하면서 변화가 불가피하며, 쌍룡자동차도 벤츠와의 합작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대우등 다른 업체들은 전략적제휴를 비롯 대규모 감원등 구조조정 작업을 펴고 있다. 컴퓨터 업계도 LG와 IBM의 합작, 현대전자는 미국 컴팩과 합작을 추진하는 등 전략적 제휴를 통한 구조조정과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조선업계도 마찬가지다.
1천만시대는 곧 변화의 시대에 개혁만이 살길이라는 냉엄한 현실의 다른 표현인 셈이다.<박원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