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겸업화 없애 금융산업 균형 잡는다

증권·자산운용사 육성책
신용파생상품 취급은 대형증권사 위주 허용

16일 금융감독원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요구에 맞춰 신용파생상품 허용, 유가증권의 범위 확대 등의 제도변경을 중장기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은 불균형이 심화한 금융산업의 균형추를 바로잡아 보자는 의지표명이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겸업화가 확대하면서 은행의 시장지배력은 강화되는 반면 증권ㆍ자산운용산업은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마침 바로 앞서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난 15일 국회에서 증권산업 발전을 위한 기본 방향을 밝혔다는 점에서 이번에 진행되는 개선사항들이 어느 때보다 실현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산업의 불균형 차단에 목적=불균형 심화에 대해 전문가들은 “은행은 대출을 통해,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는 주식과 채권시장을 통해 각각의 특화된 형태의 자금공급을 하는 균형 있는 금융시스템이 필요하다”며 “특히 겸업화는 일방적으로 추진돼서는 불균형만 더 심화시킨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은행의 펀드시장 점유율이 9월 말 현재 26.2%로 뛰었다. 비록 증권사의 73.6%보다는 낮지만 2000년 말의 7.2%에 비해서는 대폭 늘어나는 등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지적에 대해 금융감독원 역시 동감하고 있다. 오갑수 부원장은 “통합거래소의 출범에 맞춰 글로벌시장이 될 수 있는 시장체제에 대한 제도변경 등을 연구하는 중”이라며 “이를 위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의 영역 확대 등도 같은 맥락이다”고 말했다. ◇가능한 것부터 단계적 수용 입장=이번 증권ㆍ자산운용사의 건의사항이 바로 제도화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일부 사안의 경우 재경부와의 협의를 통해 법령 개정 등의 작업을 거치기도 해야 하고, 또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할 수 있는 사안은 조기에 시행하겠다는 의지도 보인다. 특히 종합자산관리계좌(CMA)는 연내 허용할 전망이다. 오 부원장은 “CMA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결제시스템이 같아야 한다”며 “증권업협회에 최적의 공통안을 마련, 제안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신용파생상품의 취득허용 문제는 위험관리 능력을 갖춘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선별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시기는 내년 초가 유력하다. 또 펀드가입시 투자설명서 교부 및 주요내용 설명에 대한 투자자의 자필기재 문구 축소 등은 규정개정을 통해 올 연말에는 허용할 방침이다. 그러나 유가증권의 범위 확대, 원활한 구조조정을 위해 청산소득에 대해 세를 감면해달라는 요구는 재경부와 논의해야 할 중장기적인 추진과제로 분류되고 있다. 또 연기금의 주식투자 철폐 요구 사안은 이미 국회에 계류 중이고 세제혜택이 있는 장기투자상품의 상설화 허용, 장기적립식 펀드에 대한 세제혜택 부여 등도 그리 간단한 문제만은 아니라는 게 금감원의 입장이다. ◇종합자산관리계좌(CMAㆍCash Management Account)=은행과 제휴를 통해 기존 증권계좌에 은행 서비스 기능을 추가한 계좌. 주식투자를 위해 증권사 계좌에 맡긴 돈에 은행통장처럼 이자가 붙고 이 계좌로 자동이체 등 각종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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