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특허기업인 IBM이 국내 중소ㆍ중견기업들에 특허료 지불을 요구했다고 한다. 그동안 삼성전자나 LG전자 등과 같은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졌던 외국 기업들의 특허 공격이 이제 규모와 상관없이 전방위로 이뤄질 조짐을 보인다는 점에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그동안 우리나라에 대한 특허괴물의 공격은 대가를 크게 볼 수 있는 대기업에 집중돼왔다. 그러다 보니 국내 중소기업의 특허에 대한 인식도 상대적으로 낮았다. 지난해 말 통계청과 무역위원회가 1,052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벤처를 제외한 일반 중소기업의 특허보유 비중은 5.8%에 불과했고 전담조직이 없는 곳도 10곳 중 6곳에 달했다. 특허괴물들이 일단 공격을 시작한다면 한번에 무너질 수밖에 없는 조건을 모두 갖춘 셈이다.
이러한 우려는 최근 현실화되고 있다. 외국 특허괴물들과 국내 중소기업 간 국제지적재산권 분쟁건수는 지난 2007년 7건에서 지난해에는 8월까지만 해도 18건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중소기업에 대한 특허 공격이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는 대기업과 힘겨운 싸움을 하는 것보다 대항할 힘이 없는 중소기업을 사냥하는 것이 더 쉽고 효율적이라는 판단도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대로 간다면 특허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질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중소기업의 현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없는 자금으로 생산설비를 돌리고 동종의 수많은 업체들과 경쟁하느라 특허부서나 인력을 운영하기 어려운 처지가 딱하다. 하지만 특허괴물들의 공격이 노골화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적어도 자신이 가진 기술이 특허에 걸리는 것인지 정도는 파악할 수 있도록 전문인력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보다 적극적으로 특허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업종별로 모여 보유특허를 나눌 수 있는 특허풀을 조성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정부도 자금만 지원할 게 아니라 원천기술 개발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중기 전용 특허 인프라 같은 기반 조성에 나설 필요가 있다. 특허괴물로부터 우리 경제의 기반을 지키기 위해 민관이 힘을 모아야 할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