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 낳는 거위는 없다우리 기업들이 갖고 있는 병페 가운데 한가지는 「따라가기」다. 일본이나 미국 등 선진국가, 또는 삼성·현대와 같은 상위권 그룹들이 어떤 목표를 정해놓고 『우리의 길은 이것이다』면 너나 없이 모두 그 길로 달려간다. 이 대열에서 뒤지면 『장래가 불투명한 기업』이 되거나 『경영자의 능력이 의문시되는 기업』이 된다. 정보통신산업, 유통산업, 멀티미디어산업, 영상사업, 소프트웨어산업 등은 사실상 어떤 검증도 없이 모든 그룹들이 「미래유망산업」이라며 목을 걸고 경쟁에 나서고 있다. 본격적인 경쟁을 시작하지 않은 상태에서 벌써 공급과잉이나 과당경쟁이 거론될 정도다. 확실한 비전이나 기업내부의 역량을 검토하기 보다 남이 가니까 나도 가보자는 생각도 많은게 사실이다. 차세대 유망산업으로 지적되는 분야의 실태를 통해 21세기 황금산업이 모두에게 통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짚어본다.<편집자주>
◎제조업/부가가치·고용 창출/국가경제 지탱 근간/섣부른 탈제조바람/오늘의 위기 불러 뿌리깊은 나무로 키우자
「아직도 제조업을 하십니까?」
고비용 구조가 사회적 문제로 등장하고 이를 피해 기업들이 서비스산업으로방향을 틀면서 「탈제조업붐」이 일어난 적이 있다. 고임금·고지가·고금리 등으로 경영환경이 날로 악화되자 제조업을 버리고 정보통신, 유통, 영상미디어 등 이른바 「미래 유망사업」으로 진출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상대적으로 국내 제조업은 날로 위축되고 있다.
국내 제조업의 생산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88년 32.1%에 달했으나 매년 감소해 지난해에는 25.8%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에 종사하는 인구도 줄어들고 있다. 전체 취업자 가운데 제조업 비중은 지난 81년 20.4%이던 것이 89년에는 27.8%로 늘었으나 지난해에는 22.5%로 줄어들었다. 제조업에서 「공동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결코 기우가 아니라는 것을 대변해 주고 있다.
이렇게 제조업에 대한 비중이 감소하는 것도 큰 문제지만 보다 심각한 것은 제조업에 대한 그릇된 사회적 인식이 갈수록 팽배해 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언제부터인가 선진국이 될수록 제조업 비중이 줄어들고, 서비스업종의 비중이 커진다는 인식이 만연하고 있다. 제조업 비중이 낮아지는 것은 선진국이 되기 위한 당연한 절차쯤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가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제조업은 경제를 지탱하는 뿌리라는 점이다. 경제발전은 부가가치의 창출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서비스산업의 비중이 더 큰 미국경제에서 호황과 불황에서 결정적인 변수는 서비스업이 아니라 자동차, 철강 등 제조업이다. 지금 우리경제가 격고 있는 불황도 그 원인을 따져보면 「경쟁력을 상실한 제조업」에서 시작된다.
우리경제는 원자재와 자본재를 수입해 상품을 제조해 수출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많은 기업들이 제조업 이탈, 서비스업 위주의 사업구조를 유지하면서 고용구조가 뒤틀렸고, 제조업은 고비용 구조의 파장을 더 크게 겪게 된 것이다. 서비스업 비중이 높다고 선진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GDP에서 차지하는 제조업의 비중은 독일의 경우 32.3%다. 일본은 27.4%다. 모두 우리나라 보다 높다. 제조업 비중이 25.8%에 불과한 우리나라는 아직 선진국이 아니다. 흉내만 먼저 낸 셈이다.
지금부터라도 제조업에 대한 지원과 투자를 늘려야 한다. 그래서 제조업을 살려야 한다. 제조업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확보한 뒤에 서비스업을 발전시켜야 한다. 제조업을 살리는 것이 경제를 살리는 길이다.<민병호 기자>
◎정보통신/기술 뒷받침 없이 너도나도 “뛰어들고 보자”/PCS ‘전망불투명’ 예측도/정보화추세 분명하지만 장기비전세워 철저대비를
정보통신산업은 과연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가.
21세기를 대비해 기업이 겨냥해야 할 지고의 가치인가.
누구도 제기하지 못할 것 같던 이같은 질문들이 최근 국내 통신산업계 뿐만 아니라 재계에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대기업은 물론 중견·중소업체까지 너도나도 정보통신사업을 하겠다고 뛰어들던 올해 초까지와는 상당히 다른 분위기이다. 이같은 분위기가 정보통신산업의 중요성을 낮춰보거나 필요성을 부인하는 것은 분명 아니다. 정보화는 여전히 세계적 추세이며 피할 수 없는 거대한 물결이기 때문이다. 다만 국내 정보통신산업에도 거품이 일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조심스런 문제제기인 것이다.
신규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는 PCS(개인휴대통신)의 경우를 보자.
지난해 6월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국내 3대 재벌인 삼성·현대·LG 등 이른바 「빅3」는 자존심까지 걸고 치열한 싸움을 벌였다. 마치 회사의 사활을 건듯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1년남짓 지난 지금의 모습은 크게 달라졌다. 일부에서는 「발을 뺄 수 없는 수렁」에 빠진 것으로 평가는 상황에 이르렀다.
한국통신프리텔, LG텔레콤, 한솔PCS 등 PCS 3사는 오는 2000년까지 모두 4조5천억원을 시설투자에 쏟아부어야 한다. 그렇지만 사업전망은 당초와 달리 지극히 불투명하다. 한 두업체는 쓰러질 것이라는 전망도 공공연히 나오고 있을 정도다.
이와함께 잇달아 정보통신분야 뛰어든 대기업, 중소기업들은 현재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 게중에는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해 외국의 기술과 장비를 손쉽게 수입해 기술종속을 자초하고 있다. 삼성전자 정보통신본부 기획팀장 김운섭이사는 『기술의 뒷밭침 없이 너도나도 정보통신분야에 욕심을 낸다면 결국 시장진출을 노리는 외국업체에 종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정보통신이 국내 산업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상당한 기여를 할 것임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수반되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지금부터 예측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백재현 기자>
◎유통업/순이익률 미·일의 절반/돈 안되는 장사/현금수입 메리트 옛말/첨단기법혁신 필수
올들어 백화점의 부도가 이어지면서 백화점업계 위기설이 끝없이 나돌고 있다.
부산 유나백화점에 이어 제주 참피온백화점, 진로 청주백화점, 한신코아백화점, 부산 태화백화점 등 대형 백화점들이 올들어 연속적인 부도를 낸데다 미도파·진로종합유통 등 30대그룹산하 백화점들까지 부도방지협약대상기업으로 묶이면서 유통업체마다 위기감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백화점부설 유통산업연구소는 최근 「유통업이 황금알낳는 거위가 아니라」는 근거를 조목조목 제시했다.
현재 대형 백화점의 영업이익률은 서울이 2223%, 지방이 1020%정도로 일본의 평균 38%, 미국의 4548%선에 훨씬 못미친다는 것이다.
점포운영비·광고선전비·상품배달비 등 영업비용을 모두 제외한 순이익률은 1.5%선. 매출 1조원의 대형점포가 겨우 1백50억원의 순익을 올리는 셈인데 이같은 이익으로는 애써 유통업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매장면적 5천평이상의 고급 백화점 하나를 지으려면 적어도 3천억원이상 들어야하는데 이를 은행금리로 환산하면 연간 3백5백억원에 이르는 것이다.
그러면 왜 많은 기업들이 유통업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인가.
지금도 많은 기업들이 유통업을 부동산업이라는 착각을 하고 있다. 점포를 지어놓고 매장을 빌려준 후 쉽게 매장수수수료를 받아낼 수 있다는 발상을 많은 기업들이 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어음에 몰리는 기업으로써 유통업이 현금장사라는 메리트를 크게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드러나 21세기를 앞두고 첨단 유통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현실성없는 막연한 성공론은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주장이다.<이강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