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계 순자산 사상최대… 3분기 77조3000억달러

미국의 가계 부(富)가 초완화 기조에 따른 주식시장과 주택 가격 상승에 힘입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9일(현지시간) 미국의 3·4분기 가계순자산이 전분기보다 2.6% 증가한 77조3,000억달러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집계를 처음 시작한 지난 1945년 이래 가장 높으며 9분기 연속 늘어난 것이다. 항목별로는 주식·채권·뮤추얼펀드의 자산가치가 9,170억달러 늘어났으며 주거용 부동산 가치가 4,280억달러 증가했다.

이 같은 순자산 증가는 연준의 양적완화로 대표되는 초완화 기조에 힘입어 주식시장과 주택시장이 상승세를 보인 결과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3분기 동안 4.7% 상승했고 이후에도 8% 이상 올랐다. 주택시장 상황을 보여주는 S&P·케이스실러지수도 3·4분기에 전년동기 대비 11.2% 상승했다.

그러나 이러한 자산증가가 경제적인 선순환을 일으키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계의 실질임금이 오르면서 순자산이 불어난 게 아니라서 순자산 증가의 체감효과는 일부 자산 보유자들에게만 제한적으로 전달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3·4분기 가계순자산은 실질임금보다 615%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전분기 대비 35%포인트 높다. 그만큼 자산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었다는 뜻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소비자들이 경기회복에 대한 확신을 갖고 소비를 늘리려면 추가적인 고용시장 활성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계부채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연준은 3·4분기 가계부채가 연율 기준 3% 증가한 13조1,000억달러로 2008년 1·4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모기지(주택담보대출)는 0.9% 증가한 9조4,000억달러로 나타났다. 모기지의 증가는 0.1% 늘어난 2009년 1·4분기 이후 처음이다. 마이클 페럴리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가계의) 차입축소(차입청산) 노력이 둔화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소득 대비 총부채 상환비율은 99%로 지난 분기보다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심리 회복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금융위기 이후 부채상환 능력이 저하된 것으로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연준은 미국 기업의 3·4분기 현금보유량이 전분기보다 1,200억달러 늘어난 약 1조9,300억달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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