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 연구원인 금융연구원의 김태준(사진) 원장이 한국 금융기관들의 무능을 정면으로 질타하고 나섰다. 김 원장은 서울경제신문이 연재 중인 '리빌딩 파이낸스' 기획시리즈에서도 "위기극복에 관심이 쏠리다 보니 금융회사들이 신뢰 문제를 소홀히 한 측면이 있다"며 우리 금융산업의 문제점을 얘기한 바 있다. 13일 금융계에 따르면 김 원장은 한국상장사협의회 월간지인 '상장(上場)' 9월호에 게재한 칼럼에서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언'이라는 칼럼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김 원장은 "국내 최대 은행의 규모는 세계 70위, 아시아권에서는 17위 정도 수준"이라며 "더욱이 국내 최대 증권회사의 자본금은 대형 국제 투자은행(IB)의 2% 정도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김 원장은 "한국의 금융자산잔액을 명목 국민총소득(GNI)으로 나눈 비율인 금융연관비율은 8배로 선진국의 지난 1980년대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국내 은행들의 국제화 지수인 초국적지수(TNI)는 4.9로 UBS(76.5), 도이체방크(75.2), 씨티그룹(43.7)에 비해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특히 국내 금융기관들이 초대형 경제위기들의 근원지였다는 점도 꼭 집어 얘기했다. 그는 1997년 외환위기에 대해 "경제개발 시대에 한국 금융회사들은 시장원리보다는 경제성장을 위한 전략사업에 먼저 자금을 배분했다"며 "이는 대기업 위주의 자금 공급으로 이어져 과잉투자를 가져왔고 결국 은행 부실로 외국계 은행들이 국내 은행으로부터 외화대출자금을 회수하자 위기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금융기관 영업행태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그는 "국내 은행들은 포화상태인 국내시장에서 대출경쟁을 확대해 매우 유사한 형태의 수익구조를 갖게 됐다"며 "이로 인해 외부충격에 매우 취약해졌다"고 말했다. 앞서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서울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우리 금융회사들의 쌍둥이 영업 행태를 지적한 바 있다. 김 원장은 "단기적인 성과평가 경향으로 장기적인 전략경영 추진이 미흡했다. 또 영업위주의 경영을 하다 보니 금융전문가 양성을 위한 조직 문화가 형성되지 못했다"며 "과감한 외국진출과 지배구조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