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가] 가짜미술품 수사에 그림로비까지 '엎친데 덮친격'

검찰의 「그림 로비 의혹」과 「가짜 미술품 유통」에 대한 수사로 올들어 겨우 회복 기운을 띠고있던 그림·고미술품 시장이 다시 꽁꽁 얼어붙고 있다.23일 오후 인사동 거리 화랑가와 고미술품 상점들은 썰렁하기만 했다. 문을 닫은 화랑들이 수두룩 하고 그나마 문을 연 곳에는 눈을 씻고 봐도 손님들이 없다. 고미술품협회 부근에 위치한 S화랑 관계자는 『IMF로 뚝 끊어졌던 손님 발길이 올들어 하나둘 생기는가 싶었지만 검찰이 그림에 대한 수사를 시작하는 바람에 구경하러 오는 사람마저 끊어졌다』고 말했다. 인사동 입구에 위치한 또다른 H점 관계자는 『그림 구입을 위해 화랑을 찾는 사람이 극히 드물고 찾아오는 고객들중에는 신분을 밝히기를 꺼려하는 사람도 있다』며 『검찰수사 영향인 것 같다』고 전했다. H화랑 관계자는 『한달전부터 검찰이 가짜 미술품 유통에 대한 전면 수사에 나서면서 많은 사람을 구속한 것으로 안다. 이때문에 화랑이나 고미술품점에는 주인없이 종업원만 있는 곳이 많다. 인사동에는 영업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D·G·S·M화랑등 널리 알려져 있는 큰 화랑 사장들이 많이 구속된 것같다』고 덧붙였다. 그림과 고미술품 시장은 국제통화기금(IMF) 한파로 급격하게 위축돼 종업원을 절반가까이 줄인 곳이 대부분이고 문을 닫은 곳도 많았는데 올들어 점차 회복기운을 띠고 있었다. 실제로 그림의 경우 화랑협회가 연 4회 경매를 실시키로 하고 지난 4월10일 예술의 전당에서 처음으로 부도로 쏟아져 나온 기업체 보유 그림에 대한 경매를 실시한 결과 예상보다 두배나 많은 사람들이 경매에 참여하기도 했다. 화랑협회 경매 담당자는 『고객이 적을 것으로 보고 자리를 150개만 준비했지만 예상외로 300명이상이 몰려 큰 혼잡을 빚었다』며 『경제회복과 함께 그림시장도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기대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이 한달전부터 가짜 그림·고미술품 유통에 대해 전면 수사를 벌이고 있는데다 최근 「그림로비」 의혹 수사가 시작되면서 손님발길이 끊어지는 등 겨우 고개를 들던 미술품 거래경기가 다시 수그러들고 있는 것이다. 인사동에서 20년 넘게 화랑을 경영해온 K모사장은 『이런 일이 벌어질때마다 국세청같은 기관에서 전화가 자주 오고 일반인들에게도 미술품 거래가 불법과 돈세탁의 수단인 것처럼 비춰져 시장이 위축되곤 한다』며 『이번에도 예외는 아닐 것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고미술품협회 관계자는 『점포임대료를 못내거나 종업원을 줄인 곳이 대부분인데 이상태로 가면 연말께는 60~70%의 점포들이 문을 닫을 것이다』며 『아무리 어려워도 문화사업은 살려나가야 하는 것아니냐』고 반문했다./오현환 기자 HHO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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